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9월20일 일본 외무성에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외교 당국 국장급 협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의 다음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앞두고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16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면담 일정을 비롯한 양국 관계 주요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6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열어 양국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다고 외교부가 15일 밝혔다. 김 국장과 다키자키 국장은 만찬도 함께 하며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국 국장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에 관해 두루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리의 22~24일 방일이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실무협의 성격의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이 총리가 이번 방일에서 아베 총리와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시간의 면담을 하기는 어렵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행의 접점 모색을 위한 메시지는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본 내에서도 더이상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갈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번 방일이 성과를 거두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나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한-일 정상외교가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내는 등 대표적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는 22일 즉위식과 궁정 연회, 23일 아베 총리 주최 연회 참석 외에도 일본 정계와 재계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일 갈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빡빡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외교부의 대표적 ‘일본 전문가’인 조세영 제1차관이 이 총리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다키자키 국장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16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면서, 이달 초 열린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의 경과와 전망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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