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30일(한국시각 1일 새벽)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30일(한국시각 1일 새벽)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조미(북-미) 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둔 양쪽의 기싸움 속에서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또다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사는 이 연설에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고 발전을 이룩하는 관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역사적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에서 합의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미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조미관계는 거의 진전이 없고 조선반도 정세가 긴장 증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비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없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 대사는 한-미 군사연습과 최신 무기 반입 등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은 오늘 이행단계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9월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북-미 실무협상 재개’ 뜻을 밝힌 데 이어 권정근 미국국장 담화(9월16일), 김명길 실무협상 대표 담화(9월20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9월27일), 이날 김 대사의 연설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하노이 북-미 공동성명을 제대로 이행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중단할 구체적 준비를 할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에는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해제가 모두 포함돼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한-미 군사연습 조정이나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할 수 있다며 군사·외교 부문에서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제재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완화·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달 안에는 북-미가 실무협상에 마주 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을 원하고, 미국은 비핵화-상응조처의 교환을 확실히 정하는 실무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어 양쪽이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10월 안에는 협상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민 연구실장은 “북-중 수교 70주년(10월6일)과 북한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등을 고려하면 10월 둘째 주나 셋째 주에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트럼프 탄핵 정국’이라는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위축될 가능성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 성과가 더 절실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하게 협상을 타결지으려 할 가능성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희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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