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수석대표
내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한국 쪽 분담금 규모를 정할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수석대표에 기획재정부 출신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임명됐다.
역대 협상 대표가 국방부, 외교부 인사였던 터라 정통 경제관료인 정 신임 대표의 임명은 파격적이다. 외교부는 26일 정 신임 대표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며 “정책 조율이 뛰어난 전문 경제관료로서 경제·금융·예산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경제관료 출신의 정 대표가 미국이 요구하는 항목과 총액의 적절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담긴 인선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는데, 국장급인 제임스 디하트 미국 대표와 비교하면 상당히 중량급이다.
11차 협정 체결을 위한 1차 회의는 새 수석대표가 임명되기 전날인 25일 끝났다. 두 나라 대표단은 24∼25일 서울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만나 방위비 분담에 대한 양쪽의 기본 입장을 교환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운용하는 직간접 비용으로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 안팎의 예산이 든다며 한국의 분담금을 큰 폭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을 거란 관측이 많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의 요구가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세 항목으로 구성된 현행 특별협정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협정 틀 안에서만 분담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규모 미국산 무기 도입을 비롯해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한국 정부가 기여해온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가 회의 뒤 설명자료에서 “역동적이고 새로운 협상 환경”을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이 동맹국 분담금에 대한 새 기준을 내밀며, 기존 분담금 항목을 넘어선 ‘군수지원비’나 주한미군 인건비까지 요구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 간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쉬운 협상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 대표단은 다음 회의를 새달 미국에서 열기로 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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