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한국시각 24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아홉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호혜적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일방적인 지원과 의존이라는 과거 동맹 형태에서 벗어나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 ‘서로 주고받는’ 동맹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의미다.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청와대의 최근 입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두 정상이 “양국 간 경제협력을 포함해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미 동맹을 지속·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는 △한국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한-미 기업 간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계약 등이 이뤄졌는데, 한·미가 무역을 넘어 에너지·신성장산업 분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국방예산 및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방위비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우리 정부가 기여해온 내역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한-미 동맹의 ‘호혜성’을 강조한 것이다.
‘호혜적 동맹’은 청와대가 지난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나온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긴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의 주도적 역량 강화를 위해 한-미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 “미국이 동맹국에 기대하는 안보 역할 확대에도 기여해 나갈 것”(8월28일 김현종 2차장)이라고 밝힌 것과도 연결된다. 당시 김 차장은 동맹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을 짚으며 군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 잠수함 전력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호혜적 동맹이라는 말은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냉전 시기와 달리 한국은 세계적 중견국으로 거듭났고, 그런 차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하며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등 국방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에서도 분담 내역을 꼼꼼히 살펴 합리적인 수준으로 부담하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호혜적 동맹’ 개념은 2001년 9·11테러 뒤 미국 정부의 국가전략이 변화하면서 등장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한국 등 동맹국한테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기여해줄 것을 요구하는 국가안보 전략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포괄적·역동적·호혜적 동맹’을 강조하며 한-미 동맹 역할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의료지원부대 등 파병, 용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재배치도 ‘호혜적 동맹’ 수립 과정에서 진행됐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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