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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건국 70주년 맞는 중국…역대 열병식은 어땠을까?

등록 2019-09-13 14:05

신중국 건국 이후 16번째 열병식 “사상 최대 규모”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 “중국 인민 일어섰다”
54년엔 김일성 수상, 2015년엔 박근혜 대통령 천안문 망루에
미중 무역전쟁, 홍콩 시위 속 ‘중화민족 부흥’ 강조하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첨단 무기 과시하며 시진핑 성과 부각할 듯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이 천안문 망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하고 있다. 한겨레자료 사진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이 천안문 망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하고 있다. 한겨레자료 사진

1949년 10월1일 건국 첫 열병식에서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1949년 10월1일 건국 첫 열병식에서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10월1일 건국 7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 베이징은 요즘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군사 퍼레이드)과 국경절 행사 준비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11시부터 8일 새벽까지 국경절 행사 첫 연합 리허설이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 일대에서 약 9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10월1일 천안문 광장과 베이징의 중심도로인 창안가 일대에서 진행되는 건국 70주년 열병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되며, 중국군의 첨단 무기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차이즈쥔 열병식영도소조판공실 부주임은 “신중국 성립 50주년, 60주년 열병식과 승전 70주년 열병식보다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홍콩 언론은 이번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열병식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16번째다. 그 가운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몇번의 순간들이 있었다.

신중국 건국 직전인 1949년 3월 베이징에 입성한 마오쩌둥이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고 있다. 신화통신
신중국 건국 직전인 1949년 3월 베이징에 입성한 마오쩌둥이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고 있다. 신화통신
1949년 10월1일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에 승리해 중국을 통일한 마오쩌둥은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했다. 첫 열병식부터 1959년 건국 10주년까지 총 11번의 국경절 열병식이 열렸지만, 이후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의 혼란 속에 24년 동안 열병식은 열리지 않았다.

1984년 건국 35주년을 맞아 24년 만에 열린 열병식에서 덩샤오핑이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1984년 건국 35주년을 맞아 24년 만에 열린 열병식에서 덩샤오핑이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1984년 문혁의 혼란을 수습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덩샤오핑의 제안으로 건국35주년 열병식이 24년만에 거행됐다. 이날의 행사는 덩샤오핑의 원맨쇼 같았다. 덩샤오핑은 35년 전 건국 직전 정협 회의에서 마오쩌둥이 “오늘 중국 인민이 떨쳐 일어섰다”고 한 유명한 연설을 염두에 둔 듯, “우리 중국인들은 더 강하고 더 부유해졌다”고 선언했다. 덩은 건국 열병식 당시 마오와 달리 직접 천안문 광장으로 차를 타고 나가 행진 순서를 기다리던 군인들을 사열했다. 덩은 녹색 군복을 입고 별이 번쩍거리는 군모를 쓴 채 차를 타고 지나가며 각 부대에 경례했다. 천둥 같은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고, 덩은 소리쳐 화답했다. “동지들 안녕하시오.”

1999년 건국 50주년 행사에 이어 2009년 열린 60주년 행사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을 선언하는 정치적 무대였다. 전날 밤새 펼쳐진 인공강우 작전으로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중국의 56개 민족을 상징하는 56문의 대포에서 60발의 예포가 침묵을 깨뜨리고, 국기게양부대는 인민영웅기념탑에서 출발해 169보를 걸은 뒤 오성홍기를 하늘 높이 올렸다. 1840년 아편전쟁부터 그 때까지 169년 동안 중국이 걸어온 고난과 위대한 부활의 상징이었다. 20만명의 인원과 첨단무기가 동원된 행사는 ‘공산당의 지도 아래’ 중국이 이룬 눈부신 발전과 대국굴기를 보여주는 초대형 무대였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의 대형 초상화가 등장하고, 후진타오 주석이 검은 훙치 승용차를 타고 부대들을 사열하는 동안 중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전세계를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열병식에는 사정거리 1만1970㎞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A와 크루즈미사일 둥펑-21C 등을 비롯해 52종의 신형무기가 등장했다.

2015년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2015년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2015년 9월3일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날 오전 10시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 삼아 우뚝 솟은 중국 베이징 천안문 성루 위에 박근혜 대통령이 섰다. 왼쪽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리했다. 한국 정상이 한때 적성국이던 중국·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서서 90분간 펼쳐진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열병식을 지켜봤다.

1954년 10월1일 마오쩌둥 주석과 김일성 당시 북한 총리가 천안문 망루에서 중국 건국 5주년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1954년 10월1일 마오쩌둥 주석과 김일성 당시 북한 총리가 천안문 망루에서 중국 건국 5주년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 정상이 천안문 성루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61년 전인 1954년 10월 이 자리에 선 이는 김일성 북한 수상이었다. 그는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바로 옆에 서서 파안대소하며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봤다. 이는 불과 1년여 전 끝난 한국전쟁 때 수십만명의 중국군이 참전해 피 흘리며 쌓은 조(북)-중 우의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항일승전 70주년’ 기념을 명분으로 진행된 이날 열병식을 박 대통령이 천안문 성루에서 지켜본 것은 시간의 간극만큼 달라진 한-중 및 북-중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역학 관계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2015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 첨단무기들. 한겨레 자료 사진
2015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 첨단무기들. 한겨레 자료 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쓴 이 역사적인 열병식 참석으로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한국의 편에 설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갑작스런 북한 포기는 없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한-미-일 공조에서 이탈해 중국편에 서려 한다는 주장이 요란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거부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박 대통령은 격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극과 극으로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의 배후 역할 속에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고, 2016년 7월 사드 배치를 발표했으며, 11월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맺었다. 한국의 균형 외교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중국도 13일 추석에 해당하는 중추절을 보내지만, 열병식이 다가오면서 베이징은 이미 준 계엄 상태를 연상시키는 삼엄한 경비 태세로 변했다는 뉴스들이 나온다. 민감한 정보들은 철저히 검열, 삭제되고, 인터넷 통제는 더욱 심해진다.

2009년 10월1일 건국 60주년 열병식 당시 천안문 망루에 선 후진타오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 전현직 지도부.  출처 바이두
2009년 10월1일 건국 60주년 열병식 당시 천안문 망루에 선 후진타오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 전현직 지도부. 출처 바이두
10년 전 베이징 특파원으로서 건국 60돌 열병식을 취재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썼던 기사를 찾아봤다. ”10월1일 건국 60주년을 코앞에 둔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는 계엄령이 내린 듯하다. 주요 길목에는 경찰차량과 군용차량들이 배치됐고, 약 10m 간격으로 공안과 무장경찰들이 차량과 행인들을 주시한다. 1만명이 넘는 공안과 무장경찰 외에도 노란 티셔츠를 갖춰 입은 8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시내 곳곳에서 수상한 자를 감시중이다.

29일부터 1일까지 자금성과 천안문광장, 인민대회당 등 베이징 도심 주요 관광지에는 일반인과 관광객들의 출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 구역의 지하철 역도 다음달 초까지 폐쇄된다.

창안제 주변 건물에 입주한 기업체나 상점의 직원들 출근을 30일부터 금지하도록 했다. 이 지역 호텔들은 28일부터 10월2일까지 모두 영업을 중단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베란다에 서 있거나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실제로 지난 18일 호텔 베란다에서 기념식 리허설을 지켜보던 일본 교도통신 기자 3명이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1일 오전 3시간 동안 베이징 셔우두공항의 항공기 이착륙도 전면 중지된다. 시내 지하철역에서도 소지품 엑스레이 검사가 이뤄지고 시내버스 정류장과 버스마 다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흉기로 사용될까봐 주방용 칼 판매도 금지됐다.”

올해의 상황도 10년 전과 꼭 닮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곳곳에 더욱 촘촘하게 설치된 CCTV와 안면인식 장비, 생체정보를 이용한 빅데이터 감시, 더욱 발전한 인터넷 검열 기술 등으로 더욱 옴쭉달싹할 수 없는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건국 70주년’이라는 중요한 역사의 캘린더에 도달했지만,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개인 권력 집중을 진행하면서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고 장기집권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주석은 요란한 행보에 걸맞는 업적이 아직 없다. ‘중국몽’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인류문명 공동체’ ‘일대일로’ 등 구호는 요란하지만, 그것을 중국 인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의 상승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미-중 무역·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경기 침체가 뚜렷하다. 홍콩에서 유례 없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일국양제’ 모델이 흔들리고, 대선을 앞둔 대만 상황마저 중국에 크게 불리해졌다. 중국 공산당이 이룬 휘황한 성과를 강조하려면, 이번 열병식에서는 첨단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강대국’ 중국의 힘을 더욱 과시하는 무대 효과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포위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하고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조약을 폐기해 중국을 겨냥한 전술핵배치를 위협하는 미국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 70주년 국경절 연휴 마지막날인 10월6일은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이다.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닷새 만에 북한은 중국을 국가로 정식 승인하고 국교를 맺었다. 당시 수교 문서에는 박헌영 북한 외무상과 저우언라이 중국 외교부장이 서명했다. 70주년 기념일인 6일을 전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번째로 중국을 방문할지도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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