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전용기를 타려고 도착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 재계 인사들과 만날 예정인 가운데 한국에 대한 ‘반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협상 재개 등 ‘휴전’에 합의한다 해도, 국가안보와 기술패권의 핵심인 5G 기술과 관련된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의 각축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기업들과 중국 정보통신기업 화웨이의 거래 중단을 압박해왔다. 최근에는 “한국이 화웨이 통신 장비를 사용하면 민감한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외국 첨단기업 관계자를 불러 미국의 대중 압박에 협조할 경우 ‘엄중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반화웨이 공세에 대항하는 중국은 지구전을 벌이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서 효과를 본 ‘합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현태 인천대 교수는 “중국은 섣불리 싸우지 말고 시간을 벌며 상황을 바꿔나가는 마오쩌둥의 지구전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 정부의 거래 금지 조처에도 불구하고 인텔·마이크론 등이 최근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를 재개한 데서 보듯 미국의 ‘자중지란’을 기대하면서, 국내적으로는 5G 사업을 확대하고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국내 부품 개발을 지원해 화웨이의 역량을 보전하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AIIB’ 설립 당시의 사례를 참고해 미국의 공세에 맞서 우군을 늘리는 ‘합종’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중국이 AIIB를 설립하려 하자 미국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토대로 통제해온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동맹·우호국들이 동참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우방인 영국이 AIIB에 가입하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도 영국의 뒤를 따랐고 미국은 이들 국가를 제재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영국은 화웨이 장비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겠다며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동맹·우방국들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호응하는 입장을 밝힌 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뿐이고, 가장 긴밀한 동맹인 영국도 핵심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허용하겠다며 최종적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AIIB 사례를 참고해 미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려면 우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이 반대편으로 가지 않도록 압박보다는 ‘협조’를 강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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