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로 향할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화답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애초 24일 조기 방한해 북쪽과 실무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7일로 입국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시각) 중동 방문에 앞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중요한 논의를 이어가기 시작하는 데 좋은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그러길 바란다”며 “우리가 (하노이 때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오늘 아침 북한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아마도 아주 진정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그 협의를 위한 준비가 됐음을 내보인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당장 (협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북한 주요 매체가 23일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을 ‘긍정적 신호’로 풀이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등은 이날 김 위원장이 친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하면서 “(친서의)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고 전한 바 있다. 공개된 김 위원장의 반응에서 북한이 ‘움직일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읽고, 미국 쪽도 한층 적극적인 대화 의사를 발신하는 모양새다.
이제 눈길은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이후 행보와 오는 29~30일 한-미 정상회담으로 쏠린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한겨레>에 “비건 특별대표가 27일 방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닷새 이른 24일께 방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될 친서를 가지고 방한해 북쪽에 전달하는 형식으로 북쪽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데다 북쪽의 반응도 일정 부분 확인한 만큼, 비건 특별대표가 조기 방한할 이유가 없어져 일정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가 방한 과정에서 북쪽과 실무접촉을 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과정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가 하반기 한반도 정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9일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냈으나 내용을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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