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0일 저녁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조(북)-중 우 호 70년’ 기념 대집단체조와 공연예술 ‘불패의 사회주의’를 함께 관람하기에 앞서 주석단에서 선 채로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 북한 국빈방문을 마치고 21일 오후 귀국했다. 북한은 집권 뒤 처음으로 평양을 찾은 시 주석을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환대했다.
시 주석을 위한 ‘맞춤형’ 특별 의전은 방북 첫날인 20일 저녁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불패의 사회주의’에서 가장 돋보였다. 이달 초부터 대중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올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의 원래 제목은 ‘인민의 나라’지만, 북한 당국은 시 주석을 환영하기 위해 새로 이름을 붙이고 공연 내용을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에는 10만명 정도가 동원된다고 알려졌다.
이날 공연은 북-중 수교 70돌을 축하하고 두 나라의 전통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공연은 ‘조중친선은 영원하리라’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두 나라 국기 게양으로 막이 올랐다고 2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공연에 참가한 예술단체들은 무대에서 ‘공산당이 없으면 새 중국도 없다’, ‘조국을 노래하네’, ‘나는 그대 중국을 사랑하네’, ‘새 세계’, ‘붉은기 펄펄’ 등 중국 노래를 선보였다. <조선중앙방송>이 21일 공개한 공연 영상을 보면 역대 북-중 최고지도자의 만남이 대형 스크린으로 비춰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0일 저녁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조(북)-중 우호 70년’을 주제로 한 대집단체조와 공연예술 ‘불패의 사회주의’를 함께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공연 참가자들이 수만장의 카드로 시 주석의 얼굴 모습과 중국 국기를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온라인에 공개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사진에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카드섹션에서 “시진핑 할아버지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중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불패의 친선단결 만세”, “영원히 잊지 못할 중국인민지원군 열사의 용감한 희생”, “선혈이 응고돼 이뤄진 전우의 정”, “위대한 새 역사, 눈부신 새 시대, 조중우의의 전면 부흥” 등 메시지가 5·1경기장을 가득 메운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수만장의 카드로 시 주석의 얼굴을 그려내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두터운 동지적 신뢰와 우의의 정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화폭”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 방북 첫날 환영연회장도 중국식으로 꾸며졌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환영”, “우의”라는 글자가 새겨진 빨간색 중국 장식등이 연회장 천장에 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북한이 시 주석의 숙소로 여태까지 공개된 바 없는 ‘금수산영빈관’을 제공한 대목도 특별한 의전 가운데 하나다. 일부 전문가는 이곳이 “5월에 완공된 곳”(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수산영빈관이 북한의 대표적인 외빈 숙소로 1983년 평양 대성구역에 지어진 백화원영빈관과 다른 곳이라면 시 주석이 이곳의 첫 손님이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 부부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앞에서 당 정치국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전례가 없는 특별 의전이다. 북-중의 전통적인 당대당 외교를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마지막 일정은 애초 중국 정부가 밝힌 대로 평양 시내에 있는 북-중 우의탑 참배였다. 우의탑은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기념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기 위해 1959년 지어졌고 최근 보수공사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방북 기간 동안 다니는 곳마다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공항 도착 때부터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보도된 것만 5차례 이상이다. 환영 행사도 이례적으로 여러번 치렀다. 시 주석이 도착하자마자 이뤄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의 영접 행사부터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도 별도의 환영식이 열렸다. 시 주석이 21일 중국으로 돌아갈 때도 공항에서 별도의 환송식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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