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전 스웨덴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쌀트쉐바덴/연합뉴스
한-미가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소강상태에 빠진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필요성을 잇달아 강조하면서 눈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에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미 정상의 3각축 ‘톱다운’ 방식으로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실무협상을 토대로 정상 간 회담이 이뤄져야 지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처럼 합의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모건 오태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과 실무급 협상을 이어갈 의향이 있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미국 쪽이 여러차례에 걸쳐 북쪽에 메시지를 넣었다고 알려져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24일 조기 방한하는 이유도 북한과 실무협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북쪽의 공식입장은 지난 4월20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이후 일관되다. 연말까지 대화의 창을 열어놓을 테니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것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1주년을 앞둔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같은 맥락이었다.
전문가들은 북쪽이 협상테이블로 나올지 여부는 현재 남·북·미 간 비공개 물밑접촉이 진행되는지, 북한이 내부 정비를 마무리했는지,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가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무산됐던 경험을 어떻게 곱씹을지 등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에서 제시한) 다른 카드가 없는 한 지금은 북한이 나올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내부에서 인적 정비뿐 아니라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최종단계(endstate) 등에 대한 정리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문 대통령의 스톡홀름 연설 등은 물밑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오갔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건이 일찍 방한하겠다는 것도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이 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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