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의 ‘제5회 중국 국제 빅데이터 산업박람회장’에서 22일 인부들이 화웨이 부스 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구이양/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방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준비가 지난달 말까지 진행됐으나, 이달 초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6월 방한’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연동된 시 주석의 ‘6월 방북’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튄 셈이다.
23일 복수의 한·중 외교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 쪽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4월 말까지 시진핑 주석의 6월 방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준비가 진행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당시까지는 미-중 양국의 무역협상이 5월 초 타결되리란 낙관적 분위기가 퍼져 있었고, 큰 문제를 마무리 지은 시 주석이 북한 방문에 이어 방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준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에서는 회담 준비 차원에서 국내 중국 전문가 등을 초청해 양국 정상이 논의할 의제와 양국 관계 등에 대한 조언과 의견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다음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을 타진했다.
하지만 10~11일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고 양국이 강경 대결로 치달으면서 시 주석의 방한 논의는 멈췄다.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선 시 주석이 어느 시점에 방한할지에 대한 계획을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다음달 방북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북한 문제에서 역할을 하기를 꺼리게 된 것이 주요한 변수다. 한-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시 주석이 방북해도 한반도 문제를 풀기 어렵고, 시 주석이 방북했다가 북한이 다시 긴장 고조 행위를 하면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해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방북을 추진하기에는 시 주석의 상황이 좋지 않고, 지금 가더라도 북한에 중국이 줄 수 있는 ‘선물’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시 주석은 2013년 집권 뒤 2014년 7월 이미 한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북한은 아직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4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시 주석을 공식 초청한 상태다.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한국만 먼저 다시 방문하는 것도 지난해 어렵사리 복원된 북-중 관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박민희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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