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현지시간) 쿠웨이트 국회에서 마르주크 알리 알-가님 국회의장과 함께 역대 의장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석유와 건설 등에 치우친 경제협력에서 벗어나 ‘탈석유’를 내세운 쿠웨이트의 새로운 개발계획 ‘비전 2035’에 발맞춰 협력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구 한바퀴 외교’에 돌입한 이낙연 총리는 3박 4일간의 쿠웨이트 방문을 마치고 중앙아메리카로 떠나는 경유지인 포르투갈로 떠난다.
이낙연 총리는 3일(현지시각)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8월부터 위탁운영중인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 현장을 방문해 한국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은 연간여객 450만명의 국제선 터미널로 국적항공사인 쿠웨이트항공 전용 터미널이다. 인천공항공사가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공항공사와 경쟁해 지난해 약 1400억 규모의 계약을 따내면서 앞으로 5년동안 운영·유지·교육 등을 맡았다.
이 총리는 “쿠웨이트가 공항시설을 확대 개선하며 중동의 교통허브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며 “거기에 한국의 경험과 기술이 함께 해온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은 대표적 성공사례다”고 격려했다.
이 총리의 4터미널 방문은 쿠웨이트의 ‘비전 2035’를 겨냥했다. 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지난 2010년 걸프 북부의 금융·상업 허브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6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산유국인 다른 중동 국가들 역시 천연자원인 석유 고갈 등을 우려해 ‘탈 석유 경제’ 전략을 세우고 항공·관광산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쿠웨이트 비전 2035는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경제·인프라 발전·국제적 입지 강화·고품격 보건서비스 등 7개 축을 중심으로 한다.
이 총리는 앞서 2일에는 마르주크 알리 알-가님 쿠웨이트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비전 2035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비전 2035의 주요 사업인 뉴자흐라 공공병원 위탁운영과 압둘라 스마트시티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게 지원해달라고 마르주크 총리에게 요청했다. 축구단 구단주이긴도 한 마르주크 국회의장은 “손흥민을 데려올 수 있으면 다 들어주겠다”고 말하는 등 한국 기업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이 총리는 쿠웨이트에 ‘한-쿠웨이트 비전 2035 전략위원회’ 신설 등도 제안했다. 쿠웨이트 개발계획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건설 일변도에서 벗어나 플랜트와 공항 등 인프라 운영, 의료 서비스 제공과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협력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수행기업인과 만찬에서 “이제까지는 에너지와 건설 중심으로 쿠웨이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야흐로 다변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된다”며 “공항과 스마트시티,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교육 이런 분야로 협력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들러 총리회담을 한 뒤 콜롬비아로 향할 예정이다.
쿠웨이트시티/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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