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배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운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제공
“대북제재 때문에 당장 남-북-러 3각 협력을 본격 추진하긴 어렵겠지만, 미래를 대비해서라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현재 제재 틀 안에서 (철도) 공동조사 같은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석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64·사진)는 지난 2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나흘 뒤인 29일 <한겨레>와의 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연해주, 러시아 극동지역과 한국은 실질적인 협력관계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남-북-러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미에 대한 이 총영사의 설명이었다.
이 총영사는 이번 북-러 정상의 만남을 “러시아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한 회담이었다고 정의했다. 그는 “러시아가 크렘린궁 의장대를 모스크바에서 데리고 오는 등 김 위원장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며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서 있은 공식 환영식은 국빈 수준의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이 총영사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러시아가 “상당 부분 긍정적,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비핵화 문제에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하나로 미국과 동등한 파트너로서 발언권을 가진 나라”라며 “다만 푸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 당장 러시아가 6자회담으로 복귀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는 남북관계와 북-미 회담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데에 러시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번 회담 소식을 전하는 한국 언론의 러시아 현장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제3국 간의 회담일 뿐 아니라 크렘린궁에 출입하는 한국 언론사가 두어곳밖에 되지 않아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총영사관의 협력은 취재진이 한국에 있는 시민들에게 회담 소식을 생생히 전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이 총영사는 김 위원장의 방문 예상 장소로 거론된 마린스키 극장 극장 관계자나 연해주 해양관 관장 등과의 친분이 두터울 정도로 발이 넓다.
이 총영사는 1990년 외교부 러시아 전문 인력 공채로 입부해 1991년부터 모스크바에 있는 주러시아 대사관 공사,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등을 모두 지낸 보기 드문 러시아 전문가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에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을 정도로 러시아어도 유창하다. 현재 주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상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