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6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일성 주석(위)과 2002년 8월23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2019년 4월25일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EP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북한 방문을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어느 시기가 될까?
올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이어서 서울을 방문한 뒤 오사카로 가서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방안을 가장 바람직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과 푸틴 대통령이 추진해온 남북한 등거리 외교의 성과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한반도에서 ‘중재자’를 넘어선 ‘보증자’ 역할까지 과시할 수 있기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25일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가급적 빠른 시기에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초청하며,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언급했다. 소련과 러시아를 통틀어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00년 7월19~20일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유일하다. 소련 지도자들은 아시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1990년대 옐친 대통령 시절에는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2000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친서방 정책을 폐기하고 전방위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베트남·쿠바 등 사회주의권 전통 동맹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한반도에서는 남북한과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나라를 지정학적으로 연결시켜 대하는 외교를 펼쳐왔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에 북한을 방문한 뒤 이듬해 한국을 방문했다.
제성훈 교수는 “푸틴은 20년 넘게 북한 핵문제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동북아 지도자들 가운데 북핵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고민한 사람이 푸틴”이라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북한 비핵화를 왜 미국의 방식 대로만 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자협상을 통해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남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과의 공조를 과시하며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베이징으로 가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 비핵화 해법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올해 안 방북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준 것은 경제 분야 등에서의 실질적 도움보다는 상징적 차원의 지원 성격이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올해 평양을 방문하려면 이보다는 실질적인 ‘선물’을 가지고 가야하는 데 그러기에는 상황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그동안 4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던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당분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성사에 더 공을 들이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이후의 과제로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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