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서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지각 대장’으로 악명 높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1시34분께(현지시각) 정상회담장인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에스(S)동 건물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전용차량이 에스동 앞에 멈춰선 것은 2시5분. 김 위원장은 차량에서 내린 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2시6분 두 정상은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인삿말을 주고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정을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으나, 도중에 심각한 산불이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동시베리아 자바이칼 지역 중심도시 치타에 들러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피해 상황과 진화 작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뒤 회담장으로 향했다. 푸틴 대통령이 산불 지역을 들르긴 했지만, 전날 크렘린이 기자단에게 정상회담이 오후 1~2시에 시작된다고 공지한 스케쥴을 지킨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국가 정상과의 회담 때마다 수십분에서 수시간 지각해, 회담장에서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기로 유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러일 정상회담에서 예정보다 46분 늦게 도착했고,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는 4시간 15분을 기다리게 하는 ‘기록’도 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회담 때 1시간 45분을 기다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모스크바 한러 정상회담에서 50여분을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은 KGB(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첩보원 시절 상대방을 기다리게 한 뒤 초조해진 상대방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심리전 교육에서 기인한다는 해석이 있다. 단순히 게으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그는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이례적 모습을 보였고, 이어진 단독회담에서도 통역만을 배석한 채 2시간 가까이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이어 양국 관리들이 배석한 확대정상회담까지 합하면 3시간 넘게 긴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오후 5시30분(현지시각, 한국 시각 오후 4시30분)께 회담을 마친 뒤 함께 만찬을 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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