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일본이 지난 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국제 표준해도집의 ‘동해’(East Sea)와 ‘일본해’(Japan Sea) 표기와 관련해 비공개 협의를 진행했다.
한국과 북한 일본의 외교 당국자들은 이날 마티아스 요나스 국제수로기구(IHO) 사무총장 주재로 동해 표기 혹은 동해와 일본해 병기 문제와 관련해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는 미국과 영국 관계자들도 참석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1일 밝혔다. 지난 2017년 제 1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현행 국제표준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개정 논의와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당사국간 협의 뒤 다음 총회에 보고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총회 때 개정과 관련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당사국 간 비공식 협의를 통해 해법을 만들라는 결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데 따른 협의”라며 “앞으로도 추가 협의를 해 논의 결과는 2020년 4월께 개최될 국제수로기구 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북한과 일본은 당사국으로, 미국과 영국은 협의 참여 신청을 해 요나스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협의에 참여했다.
세계 각국 지도제작의 표준이 되는 국제수로기구의 해도집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는 1929년 초판부터 현행판(1953년 개정판)까지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다. 우리 정부는 ‘동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해-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주장이다. 북한은 ‘조선 동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해’가 유일한 호칭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한이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면에서는 남북이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사국 간에 ‘일본해’ 단독 표기를 바꿔 동해를 병기하거나 동해로 표기하기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제수로기구 총회는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지도 제작 지침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남북한과 일본의 비공식 협의에서 일본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애초 당사국간 비공식 협의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계속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자칫 간행물 개정 과정에서 한국 쪽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마지못해 협의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제수로기구의 요청에 “책임 있는 멤버로서 비공식협의에는 건설적으로 공헌하겠다”면서도, “협의에서 일본해가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며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호하게 주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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