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22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대화하다 밝게 웃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북한과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북 제재 해제 불가’ 등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나란히 발신하고 있다. 비핵화의 최종 단계를 포함한 ‘로드맵’을 요구하는 미국의 강경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소강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유대인연합회’(RJC) 연례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북한과 잘 지내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해 “나는 그 유일한 합의안으로부터 걸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그건 올바른 합의안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무대로 복귀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하노이 회담 때 김 위원장이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완전한 비핵화’ 조처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디스 모닝’에서 ‘북한과 3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냐’는 질문에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일부 경제 제재 완화에 합의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우리 행정부의 정책은 매우 분명하다”며 “경제 제재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는 우리가 약 2년 전 제시한 궁극적 목표(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개성공단과 북한 관광 재개를 위해 일부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한국에 미국은 ‘노’라고 말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쪽 대화 상대(강경화 외교장관)와 대화를 많이 한다”는 등의 말로 즉답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제시할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을 ‘대북 비핵화 유인책’으로 쓰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 쪽에서 미리 선을 그은 셈이다.
북-미 협상에 밝은 정부 소식통도 “미국이 북한과 빨리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면서도 “대북 제재 유지에 대한 생각은 하노이 회담 전보다 더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협상에서 “미국은 최소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시설 이외의 비핵화 논의를 꺼리면서 ‘부분적 대북 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한 결과, 미국이 대북 제재의 유효성과 로드맵의 필요성 등에 대한 확신을 더 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끌어내기 위한 문 대통령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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