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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회담 결렬 뒤 김정은 위원장은?…호텔 주변 적막감만

등록 2019-02-28 21:56수정 2019-02-28 21:59

숙소 멜리아호텔로 돌아간 김 위원장과 수행원들 ‘침묵’
오전엔 ‘솔직화법’ 기자회견 데뷔…유연한 ‘스타일’ 각인도
2차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8일 두 정상의 업무 오찬이 취소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북한 수행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8일 두 정상의 업무 오찬이 취소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북한 수행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북-미 하노이 합의’가 무산된 뒤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엔 적막감만 흘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실무오찬과 공동성명 서명식이 취소된 직후인 오후 1시 반(현지시각)께 멜리아 호텔로 돌아왔다. 1일부터 시작될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위해 하노이에 2일까지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진 28일 베트남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공식 친선방문이 3월1일부터 2일까지 이뤄진다고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호텔에 들어간 뒤 여러 시간이 지났지만, 김 위원장은 물론 북쪽 대표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정상이 처음 만난 27일, 그리고 회담 둘째 날인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회담장을 점검하려는 북쪽 실무진, 경제시찰에 나선 북쪽 참모들이 승합차를 타고 바쁘게 오가던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였다.

김 위원장이 오후 내내 두문불출하는 상황이었지만 취재진의 카메라는 여전히 호텔 입구를 향한 채 김 위원장의 향후 동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11일 저녁 갑자기 밖으로 나와 싱가포르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 바 있다.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 머리발언 도중 ‘(회담에 성과를 낼) 자신이 있느냐’는 현장 기자의 ‘돌발’ 질문을 받고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단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라며 순발력 있는 대응을 보였다.

이 문답은 여러 의미에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게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기자 문답은 그 뒤 확대회담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비록 회담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 문답에서도 비교적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비핵화 과정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연스레 곤란한 대목을 피해 갔다.

‘북한 인권 문제도 논의하고 있느냐’는 민감한 질문에는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질의응답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계속되는 질문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기자들을 내보내는 게 어떻겠느냐”며 회담 진행을 재촉하자, 김 위원장은 웃으며 “우리가 충분한 이야기를 좀 더 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고 노련하게 응대했다. 회담 중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실무진과도 자연스레 어울려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노이/노지원 기자, 이정애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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