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한 가운데 24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외곽 노이바이공항에 북한 고려항공 소속 ‘일류신-76’ 수송기가 내렸다. 김 위원장의 경호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수송기에서 내린 뒤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공식 방문’할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애초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공식 방문이라는 외교 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베트남 공식 방문은 1958년 김일성 주석 이후 처음이다. 베트남전쟁을 함께 치른 사회주의 형제국으로서 베트남이 1992년 한국과 수교하고, 1994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소원해진 두 나라 우호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은 1964년에도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그때는 비공식 방문이었다.
베트남 외교부는 23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에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official friendly visit)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방문은 국빈 방문(state visit)보다는 낮지만, 실무방문(working visit)보다는 격이 높은 정상외교 형식이다. 다만, 베트남 정부가 공식 방문에 ‘친선’이라는 의미를 더한 것을 보면, 김 위원장에게 국빈 방문에 해당하는 예우를 베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26일 베트남에 도착해 27~28일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28일 오후부터 호찌민묘 방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만찬 및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3월1일 베트남을 떠나는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후 이후 김 위원장의 일정이 짧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공식 행사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26일 중국과 접한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뒤 승용차로 하노이까지 이동하면서 옌퐁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이나 하이퐁에 있는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업체 ‘빈패스트' 생산 공장, 그리고 관광지인 할롱베이를 둘러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개혁개방의 현장을 살펴보는 동선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쪽은 “김 위원장이 온다고 하면 현지에서 벌써 난리가 났을 텐데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언론들은 앞서 도로총국이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당~하노이 170㎞ 구간에서 모든 차량의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공식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 주석과 5차 북-중 정상회담을 하는 일정을 점치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3월3일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을 시작으로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기간에 들어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일 이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무난하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일단 평양으로 돌아간 뒤 양회 이후 베이징을 다시 찾을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유강문 선임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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