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의전, 동선 등을 준비중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일행이 20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묘소를 방문해 주위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김 부장 일행은 주석묘 입구에서 10분 가량 머물며 일행과 동선을 체크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전쟁 때 숨진 미군 유해 발굴·송환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전망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아니지만, 두 정상이 미군 유해 발굴·송환에 대한 구체화된 ‘행동 계획’에 합의한다면 양국 간 의미있는 신뢰구축 조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전쟁과 냉전시대 전쟁포로와 실종자 가족연합회’ 관계자가 19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쪽으로부터 북-미 정상이 두번째 회담에서도 유해 송환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해 발굴 관련 북-미 간 협의 상황에 밝은 한국군 관계자도 20일 “(북-미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향후) 유해 발굴 계획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며 “이 결과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으로, 당시 채택된 공동성명 제4항에 명시돼 있다.
양국은 지난해 7월15일 9년 만에 장성급회담을 열어 이 문제를 협의했고, 그 결과 7월27일 미군 유해 55구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두달 뒤 다시 열린 북-미 장성급회담에서 미국 쪽은 장진호 전투와 운산 및 청천 전투 지역 등 미군 유해가 다수 묻혔다고 추정되는 지역에서 북-미 공동 유해 발굴을 제안했다. 미군 당국은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 지역에 미군 유해 1024구, 평안북도 운산군과 청천강 지역에 1495구 등 모두 5300여구가 북한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북한군과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하고 피해가 컸던 전장에서 적극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위한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회담 뒤 이 지역들에 대한 공동발굴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유해 발굴 사업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로 양국 간 신뢰 구축 조처로 간주된다. 하지만 발굴 과정에서 인력과 장비가 반입되고 인력과 자재 제공 대가로 북한에 현금이 지급될 수 있어 북한에 ‘우회적 상응조처’가 될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은 “(유해) 발굴 및 송환에서 발생한 비용을 정산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북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북한은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군 추정 유해 499구를 전달했는데, 이 가운데 349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쪽이 북한에 지급한 돈은 2200만달러에 이른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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