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6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과 실무협상을 하고 귀환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후 숙소인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무리하고 8일 저녁 서울로 돌아왔다. 앞서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각)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 실무협상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완전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환, 한반도 평화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양쪽이 사흘간 상당한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 일행을 태운 평양발 미군 수송기는 서해 직항로로 이날 저녁 6시 반께 경기도 평택 미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도착한 6일 오전 10시께부터 8일 오후 5시30분까지 계산하면 평양에 머무른 시간만 55시간이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공개적인 방북을 한 미국 정부 인사로는 최장 시간 평양 체류로, 그만큼 북-미 양쪽이 밀도 높은 협의를 벌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곧바로 서울 주한미대사관으로 이동해 평양 실무협상 결과를 본국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어 비건 대표는 9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비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방한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로 청와대 방문 계획은 없다고 전해진다.
2박3일간의 협상 내용과 관련해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에 “평양 실무협상이 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전해진 점을 고려하면, 양쪽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영변 핵 시설 폐기 등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처를 놓고 간극을 어느 정도 좁혔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 협상팀에 비핵화와 관련해 “과감하고 실질적인 조처”를 주문한 상황이어서, 양쪽이 2차 정상회담 뒤 펼칠 ‘행동’ 대 ‘행동’을 집중적으로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미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국제 사찰단의 검증 필요성과 관련해서 양쪽의 공감대가 있어 실행 시기와 방식을 논의했을 수 있다. 또 영변 및 영변 이외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이 일단 영변 핵 시설 폐기로부터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는 데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처로는 미국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을 향한 구체적 약속 및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확대, 인적·문화적 교류를 포함해 부분적 제재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을 수 있다. 다만, 양쪽이 단번에 세부적 사항까지 협의를 마무리하기는 힘들어 추가 실무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양쪽은 회담 개최 도시에 대한 결론을 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루 전인 7일 저녁 평양에서 오산공군기지로 돌아온 미 수송기에 일부 미국 쪽 협상단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정해진 장소를 중심으로 실무 준비를 시작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미국은 경호 등 이유를 들어 다낭을, 북한은 베트남 국빈방문을 고려해 하노이를 선호한다고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지난해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로버트 팰러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미-북 관계의 전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메커니즘 구축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첫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에 관해 추가 진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팰러디노 부대변인의 발언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 등이 북한 비핵화와 더불어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병렬적으로 강조한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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