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해 9월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9월3일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김복동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세워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시위를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결정을 공식 발표했고, 여성가족부는 1월21일 장관 직권으로 재단 허가를 취소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해산 결정 발표 당시 “지금이라도 이 할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일 정부가 맺은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논란 끝에 사라졌지만,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화해·치유재단의 잔여 기금 처리 문제 등은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2·28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기로 한 화해·치유재단의 설립과 일본의 진정한 사과였다. 그러나 사죄 편지를 써서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사죄의 진정성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재단의 해산을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의 처리 방침은 청산 절차에 걸리는 6개월~1년 동안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재단에는 일본 출연금 가운데 57억8천만원과 우리 정부가 출연한 103억원을 더해 160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피해자 단체들은 10억엔을 일본에 반환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후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일본과의 협의는 거의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의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지난 28일 주일 한국대사관의 차석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일 합의는 재단에 의해 이행된다”며 “재단 해산은 한-일 합의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