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제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분담금 총액과 유효기간을 놓고 막바지 절충에 나섰다. 지난해 말 9차 협정이 종료되고 1일부터 협정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쪽의 신경전이 협상 타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방위비분담금의 총액과 유효기간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지난해 12월 이후 평행선을 달리던 한·미가 막판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는 22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말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드라졌다. 양쪽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비밀에 부쳤던 분담금 총액, 유효기간 등 협상 내용도 이를 계기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 직전인 지난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쪽이 아직 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협상 상황 공개를 통해 서로 수용 가능한 선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분담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23일 “양쪽이 막바지 의견 접근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남아 있던 핵심 쟁점은 분담금 총액과 유효기간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최상부 지침’임을 전제로 최후통첩을 해왔다고 한다. 내용은 한국이 12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분담했으면 좋겠으며 어떤 경우에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정 유효기간은 1년으로 못박았다. ‘최상부 지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의미한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당시 분담금 규모는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1조원을 넘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1년짜리 협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고 알려졌다.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할 경우, 곧바로 내년부터 적용할 협정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은 3년 내지 5년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한국이 그동안 분담금 총액으로 제시해온 9999억원 선, 즉 ‘1조원’ 미만 분담이라는 상징성을 재고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져, 막판 협상은 유효기간 절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미국 쪽이 제시한 10억달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쪽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물러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애초 1년을 제시한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중순 10차 협상에서 기존에 근접했던 협상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고 유효기간 1년을 요구한 것은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방위비분담 협정을 재검토해 새 원칙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고 전해진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과도 새로운 원칙으로 새로 협상하자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입장이 변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커,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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