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SIS 또 ‘비밀 기지’라며 공개
1990년대 이미 알려진 곳 두고
“공개된 적 없는 기지” 주장하며
“북미 협상 방해 의도는 없다”
1990년대 이미 알려진 곳 두고
“공개된 적 없는 기지” 주장하며
“북미 협상 방해 의도는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엔 북한의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가 ‘미공개’ 시설이라며 집중 분석한 미국의 싱크탱크 보고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말 <뉴욕 타임스>가 이 싱크탱크의 보고서를 인용해 오래전부터 알려진 북한의 미사일 기지(삭간몰)를 ‘비밀 시설’로 보도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평안북도 운전군에 위치한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와 전략군 시설을 46쪽에 걸쳐 분석한 이 보고서는 21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공개됐다. 보고서는 비무장지대(DMZ)에서 212㎞ 떨어진 이 시설이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노동1호를 다루는 연대급 미사일 기지이며, 2017년 2월 북한이 시험 발사한 북극성-2형 개발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보고서는 “신오리 기지는 북한에 의해 신고(declared)된 바 없으며,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의 주제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같은 날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2월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구진이 북한의 비밀 탄도미사일 기지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이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의 존재를 공개한 적이 없다. 탄도미사일은 북한 핵탄두의 운반체”라고 덧붙였다. 보도와 달리 이 기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언론에 종종 보도된 곳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초에도 ‘북한의 미공개 미사일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며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조명한 바 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직후인데다 <뉴욕 타임스>가 이미 알려진 삭간몰 기지를 ‘비밀 시설’이라고 전해, 외교가 안팎에서는 보고서와 보도의 배경에 주목했다. 북-미 협상에 회의적인 미국 조야에서 일종의 ‘여론몰이’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따랐다.
이 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이번 보고서가 북-미 협상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한겨레>에 “나는 외교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이 보고서를 활용해 외교를 해치려는 게 아니다”라며 “이 보고서는 지난주 나온 미국 정부의 미사일방어 보고서를 부연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하지만 그것은 긴장완화 노력 속에 현존하는 능력을 교환하는 진정한 협상이 돼야 한다”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무얼 협상하고 있는 건지 더 잘 준비되고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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