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선 ‘벌크캐시’(대량현금)의 북한 유입을 사실상 금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우회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남북경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두 사업의 재개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 벌크캐시가 (북한에)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안보리 결의의 벌크캐시 금지 조항을 우회할 수 있도록 임금지급 수단을 현물로 대체하는 방안이 남북 사이에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미국이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내놓을 카드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딜(deal)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금강산 관광은 “좀 다를 것 같다. 그것(개성공단)보다는 가벼울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제재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1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특위 소속 김한정 간사가 전했다. 강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조처의 진전과 연동될 것이며, 관련국들이나 국제사회가 납득하는 그런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됐다.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두 사업의 재개에 상당한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간사는 “장소가 확정되는 대로 몇주간의 필요한 준비 절차가 완료되면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강 장관과 의원들 사이에 교감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강 장관이 “우리 정부 입장에서 북-미의 현장 답사 움직임에 대한 포착은 아직 없었다. 몇몇 후보지를 놓고 협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사전 배포 자료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격적인 발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실제 강연에서는 이 대목을 읽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아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의 설(2월5일) 연휴 기간이나 그 전후에 북-미 간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박민희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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