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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에 맞불…‘65년 한일 청구권’ 꺼낸 일본

등록 2019-01-09 21:09수정 2019-01-09 21:21

한-일 관계 어디로
일, 현정에 따른 분쟁해결 주장
‘법대로 하겠다’ 태도 보여
주일 한국대사 불러 협의 요청
한국제품 ‘관세보복’ 위협까지
전문가들, 장기 대치국면 우려
“정부 적극적 외교 해법 마련을”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에서 일본 신일본주금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 앞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에서 일본 신일본주금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 앞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인단이 낸 신일철주금 한국 내 자산 압류 신청을 한국 법원이 승인한 데 대해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에 양국 간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아키바 다케오 사무차관은 9일 오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양국 간 협의를 요청했다. 1965년 맺은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양국 간 협의를 일본이 공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기업인 피엔알(PNR)에는 이날 오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압류신청 서류가 전달돼, 신일철주금은 피엔알 주식 8만1075주(4억여원어치)의 처분 권리를 잃었다.

일본 정부의 협의 요청을 접수한 우리 정부는 “면밀히 검토”한 뒤 서두르지 않고 답을 하겠다는 방침이고,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양국 간 협의가 아닌 일반적 외교협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은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청구권협정에 따라 한·일·제3국 위원으로 구성되는 중재위 제소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청구권협정의 분쟁 해결 절차는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다. 2011년 한국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양국 간 협의를 요청했을 때는 일본이 거부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일본은 한국산 상품 관세를 인상하는 경제 보복 조처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 ‘65년 체제’에 대한 질문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한-일 청구권협정에 기반한 ‘65년 체제’를 흔드는 사안이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타협안을 찾지 못하면 한-일 관계가 장기간 대치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입장이고, 이번에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을 요구한 것은 ‘법대로 하겠다’는 태도로 ‘65년 조약체제’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신일본제철 자산 압류 결정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이 실제로 매각 신청을 하고 매각이 진행되기까지는 몇달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기간 동안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의사를 반영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 판결 이후 이낙연 총리 주도로 대책을 검토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법부의 판결만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보협력 시스템 이완?

레이더 갈등을 둘러싸고 양국이 진실공방을 넘어 유튜브 여론전까지 벌이는 상황은 한-일 관계에서 이례적이다. 군 당국간 긴급연락망을 통해 확인하고 항의하면 끝날 일을 언론에 흘린 것은 일본 쪽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베 총리의 최대 과제인 개헌 분위기 조성, 군사력 강화 등을 위해 한국과의 갈등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들어 ‘동맹관리 시스템’이 이전처럼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원인으로 꼽힌다. 양기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과거처럼 중시하지 않자, 일본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이전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상황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 모두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지만, 미묘한 변화의 신호다. 한-일의 ‘군사적’ 측면 갈등 상황을 미국은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희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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