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험프리 미군기지. 평택/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과 미국이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하려고 10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총액과 협정 유효기간 등 한두가지 쟁점”에서 이견이 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존 협정이 31일 종료되는데 연내 타결 가능성이 낮아 ‘협정 공백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는 이전에도 협정 종료 뒤 새 협정 체결, 발효까지 모두 6개월 이상의 협정 공백 상황을 맞았던 적이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가운데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뜻한다.
협상 사정에 밝은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한-미가 총액과 협정 유효기간 등 한두 쟁점을 뺀 모든 사안에 합의하고 문안을 정리했다”면서도 “다만 총액 등과 관련한 양쪽의 입장 차이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직도 입장 차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 쪽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한국은 상식·합리적 수준의 인상과 집행 투명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제기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쪽에서는 현재 9600억원 수준인 한국 분담금을 1.5배, 곧 1조4천억원 정도까지 올리려 한다고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견을) 좁히려는데 쉽지 않다”며 “(쟁점이 서로 연결돼 있어) 모든 게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은 게 협상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연내에 양쪽이 마주 앉아 추가 협상을 하는 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양한 한-미 외교 창구로 이견 좁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한-미 정부가 새해 들어 협상을 극적으로 마무리하더라도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해 적어도 2∼3개월의 ‘협정 공백’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사령부는 11월7일 마이클 미니핸 참모장 이름으로 최응식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한테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19년 4월15일부로 무급휴직의 발효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손지오 조합 사무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한미군이 공문을 보내 임금이 안 나올 수 있다고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협정 공백’ 사태에 대비한 행정조처이지만, 한국인 노동자 임금 문제를 빌미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속내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국방부가 주한미군 쪽과 협의할 것”이라며 “우리 노동자들한테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미군부대 안 한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쪽으로 미국과 협의할 방침이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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