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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 비핵화 진전 단계마다 제재 예외 고려 가능”

등록 2018-12-06 01:20수정 2018-12-06 09:06

인터뷰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
“대북 제재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비핵화 단계적 진전 따른 혜택 줘야
핵무기 숫자·위치 신고 요구보다는
북한이 모든 핵물질 생산 중단하고
생산시설 신고하도록 하는 게 적절“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미가 비핵화-관계정상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좀 더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보여야 한다.”

한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현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할 시점에서야 제재 해제 등 상응 조처를 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제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핵화 초기 조처로 북한에 핵물질 생산 중단과 핵물질 생산시설에 대한 신고를 받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아인혼 전 특보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북-미 간 고위급 회담도 실무급 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 국면이 이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수석보좌관보다 유연하다고 생각해, 최근 장관급에서도 실무급에서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북한의 오판이다.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공고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건 북한이 풍계리·동창리 핵·미사일 시설을 일부 폐기하고 조건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용의를 밝혔는데도 미국은 상응 조처에 대한 언급을 일체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유예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취한 모든 조처들은 가역적이며, 그것들이 북한의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점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유예하는 등 주요한 조처들을 했다. 지금껏 상응조처는 비교적 균형을 이뤘다고 본다.”

-최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내년 봄 독수리 훈련을 조정할 뜻을 밝혔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를 의미할 수도 있는데….

“한-미가 독수리 훈련의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쩌면 (훈련) 계획을 연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고, 북쪽에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한 계기에 외교부 고위급 인사를 만나 북-미 협상 관련 조언을 한 것으로 안다. 북-미 협상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트럼프 행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북한을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길을 꽤 많이 걸어 내려갔을 때에만 워싱턴이 의미있는 ‘보상’(reward)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구조가 아니다. 북한은 매 단계별로(step by step) 진전을 볼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혜택’(benefit)을 바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런 단계적 진전에 따른 ‘혜택’을 제시하는 일종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행보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워싱턴도 관대한 상응조처(generous concession)을 제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해하는 그런 (협상) 구조를 만드는 것은 협상을 전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로드맵의 시작, 비핵화의 첫 단계는 어떻게 될 수 있다고 보나?

“미국이 첫 단계에서 북한에게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핵미사일의 숫자와 위치를 신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단 북한이 모든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북한 내 핵물질을 생산하는 모든 시설에 대한 신고를 요구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영변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 있는 핵물질 생산시설에 대한 신고가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밖에서도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영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첫 단계에서는 핵·미사일 실험 중단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그 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능력에 캡(cap)을 씌우고(핵능력 고도화 차단) 핵물질 생산을 금지하는 잠정 조처(interim step)에 동의한다면, 이는 중요한 진전이다. 그렇다고 이 단계에서 북한에게 핵 억지력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추가 생산을 막되 이 단계에서 북한이 이미 생산한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면 북쪽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잠정 (조처에 대한) 합의에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협상을 지속한다는 약속이 포함돼야 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가 이뤄질 때까지는 당분간 핵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핵물질 생산을 포괄적으로 중단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못한다면 북한이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는 언제 시작될 수 있다고 보나?

“싱가포르 (북-미 공동) 선언에는 세 가지 주요 목표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다. 그 세 가지 요소가 병행해 진전을 볼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과 협의해야 한다. 물론 나는 제재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게 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동기를 부여한다고 본다. 그래서 제재는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진전이 만들어지는 단계마다 존재하는 제재 체제에 예외를 고려할 수 있다.”

-북-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 관계정상화의 첫 조처로는 어떤 것을 고려할 수 있을까?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로는 남·북·미를 포함한 워킹그룹을 구성해 한반도의 안정을 높이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군사적신뢰구축 조처와 종전선언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에 있어서는 상대국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화두다. 마지막으로 관련해 조언을 한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북한의 관료들이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 등 미국 쪽 인사들과 만나야 한다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싱가포르 회담처럼 모호한 일반론에 그칠 게 아니라 진지한 협상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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