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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에게 북한은 더 중요해졌다

등록 2018-11-07 13:14수정 2018-11-07 19:39

민주당 하원 장악, 한반도·북-미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한반도 정책 큰 영향 없을 듯
이란 핵협정 탈퇴한 트럼프 북핵 업적 더 중요해져
민주당 북핵 대화 비판하며 속도 늦추겠지만 대안 부재
미국 중간선거 전날인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주리주 케이프 지라도의 쇼 미 센터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케이프 지라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전날인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주리주 케이프 지라도의 쇼 미 센터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케이프 지라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공화당의 상원 수성, 민주당의 하원 승리’로 막을 내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출구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바꿀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 외교 정책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도하고, 상원 외교위, 군사위가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상원에서 공화당 우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민주당 하원’이 외교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의 ‘예견된 패배’ 뒤 바로 재선 캠페인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북-핵 협상에 청신호다. 중간선거와 달리 대선에서는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가 주요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협정 탈퇴에 이어 중간선거 직전인 5일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최고 외교 업적을 무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미국 전문가들과 주류 언론들은 이란이 핵협정을 전혀 위반하지 않고 준수해왔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 탈퇴와 제재 복원에 나선 것을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협상과 계속 비교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 협정을 깬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협상에서 성과를 내 외교 업적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 트럼프 외교의 핵심인 북한 이슈의 중요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8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내년초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북핵 협상을 진전시켜, 2년 뒤 대선을 내다보며 최대 업적으로 삼으려할 가능성이 높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물론 북핵 협상에 비판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북핵 협상을 결사 반대해 무산시키는 시나리오나 적극 지지로 돌아설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북 협상에 대한 반대와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에 대한 의문만 제기할 뿐, 비핵화 해법, 주한미군, 유엔사, 평화협정 문제 등에 대해 민주당만의 뚜렷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세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북핵 협상 추진 과정에서 청문회를 열어 관련자들을 의회로 수시로 불러내고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면서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 정책이 급변한 대표적 사례가 두차례 있었다. 1차 북핵 위기에서 1994년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한 북-미 제네바 합의는 그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며 무산됐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던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는 2006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하자 대북한 유화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고, 당시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압력 속에 북한과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논의했다. 이런 점에서 하원의 변화가 트럼프 한반도 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혜정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도 공화당 상·하원 장악 속에서도 어쨌든 페리 프로세스를 진전시켰고, 부시 행정부의 당시 대북 정책 변화에는 중간선거 패배뿐 아니라 이라크 전황 악화로 인한 미국 내부의 비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치의 기존 규칙이 통하지 않는 매우 예외적인 정부이기 때문에 이전 사례를 가지고 그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짚었다.

9일 미-중 외교·안보대화와 12월1일 미-중 정상회담 통해 북핵 한반도 정책에서 미-중 화해가 복원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미국 재계의 무역전쟁 반대와 지지기반인 콩 재배 농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무역전쟁을 이미 너무 진행시켰고, 그 과정에서 미-중 갈등은 이미 무역문제를 넘어 남중국해 등에서의 전략적 경쟁, 중국 첨단기술 제재, 안보, 인권 등 전방위로 번졌다. 북핵 해결을 위해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중 갈등을 해소하고 미-중 협력을 복원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 이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을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트럼프 주변에서 합리적 견제세력을 해온 이들이 빠지게 되면 한반도 정책의 즉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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