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일(현지시각) 이번주 후반 뉴욕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김 부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다음날인 9일에는 미국과 중국이 외교안보대화를 열어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북-미 회담 직후엔 한-미 대화채널도 가동될 예정이다. 미국 중간선거 뒤 이번 주말이 정체돼 있던 북핵 협상의 중대 전환점으로 떠올랐다.
■ 2+2 회담에서 비핵화 돌파구 마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이 8일 뉴욕에서 열린다고 국무부가 5일 발표했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8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할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포함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4가지 축에 대한 진전을 만들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 북핵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비건 대표가 동행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실무협상 담당자인 최선희 부상도 뉴욕에 와 고위급과 실무 회담이 더해진 ‘2+2 회담’을 하거나 고위급·실무 회담을 잇따라 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를 통해 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장소에 대한 논의와 함께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논의도 진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설득할 만한 비핵화 카드를 내놓고, 미국이 경제 제재 완화라는 상응조처를 취할 수 있을지가 회담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검증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미국이 이에 대한 상응조처로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등 새로운 교환 방정식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면 조기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미국이 더 밀어붙이는 상황이 된다면 협상이 중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제시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 시험장 검증에 상응해서 미국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독자제재 완화 등 일부 제재 완화를 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고 전망했다.
■ ‘싱가포르 회담’의 4가지 축 진전 미 국무부가 이번 회담 의제로 비핵화 프로세스 외에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4가지 축’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미군 포로·실종자 유해 발굴을 가리킨다.
이 ‘4개의 축’ 가운데 지금까지 거의 진전이 없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어떤 논의와 진전이 있을지가 중요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금까지는 유해 발굴과 비핵화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미국 중간선거 이후 새롭게 조성되는 환경과 정세 속에 북-미 협상도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양국 외교·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외교안보대화를 9일 워싱턴에서 개최한다고 5일 발표한 것도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미-중 갈등의 해법을 모색중인 양국이 8일 북-미 회담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노지원 성연철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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