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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외교부,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에 “피해자 기본권 침해 아니다”

등록 2018-11-05 18:03수정 2018-11-06 09:35

외교부, 12·28 ‘밀실 합의’ 헌법소원에 각하 의견
민변 “외교부,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엔 침묵” 비판
지난달 31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26일 별세한 고 하점연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26일 별세한 고 하점연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합의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합의로 인해 피해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각하 의견을 낸 사실이 5일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정부가 사실상 12·28 합의의 정당성을 스스로 문제 삼았고 피해자들도 이 합의로 “피해자의 기본권, 곧 외교적 보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외교부가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기자들을 만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인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취지로 지난 6월 각하 의견을 담은 답변서를 (헌재에) 냈다”고 밝혔다. 12·28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 선언에 불과하기 때문에, 합의의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법률적 성격이 그렇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 3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유가족 등 41명은,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가 맺은 12·28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의 “헌법상 기본권(재산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알 권리, 국가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합의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따라 외교부가 지난 6월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답변서에서 12·28 합의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현재성, 직접성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고도의 외교적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심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적 의견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답변서가 2015년 합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며, 헌법 소원의 법리적, 절차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자는 “답변서에서도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와 발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등 절차와 내용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같은 합의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 문제는 결국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상처가 치유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의 이런 답변서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외교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민변 소속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쟁해결절차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2011년 헌재 결정대로 기본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 외교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기본권 제한이나 침해를 그 내용으로 한다면 헌법소원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는 피해자를 위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3조 부작위 위헌 확인 소송에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합당한 재량권 행사”를 하지 않은 점, 곧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무의 이행이 없으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2011년 헌재의 판단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와 협상에 나섰고,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해 자금 10억엔을 내놓아 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이 합의는 피해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외교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12·28 합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면합의가 있었고 정부가 피해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정부는 이 합의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합의 내용의 핵심이었던 화해치유재단을 올해 안에 해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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