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제재 복원을 앞둔 3일 이란 바스라의 환전소에서 한 남성이 환전한 돈을 세고 있다. 바스라/로이터 연합뉴스
5일 0시(한국시각 5일 오후 2시) 복원된 미국 정부의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제재에서 한국이 예외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로 완화됐던 대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했으며,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8개국을 5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각 5일 밤 10시30분) 공식 발표한다. 외신들은 미 행정부 관리 등을 인용해 한국이 제재 예외 국가에 포함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일본, 한국, 중국, 인도가 제재 예외 대상에 포함된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라는 점이 고려됐으며, 인도와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일부가 시장에서 계속 유통될 수 있게 해 국제유가가 급등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2일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이용해 인도,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제재 면제국가에 포함된다고 보도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맺은 이란 핵합의 유지를 주장하며, 이번 제재에 반대해온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제재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전면 복원에 맞춰 이란산 원유 수입은 전면 중단했지만,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과 관련한 예외 인정을 받으면서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은 일단 벗어나게 됐다. 한국은 이란 제재가 복원되어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긴요한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수입이 계속되어야 하며, 한국-이란 결제시스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 쪽에 강조해 왔다. 특히 이란산 원유수입과 연계된 원화결제 계좌를 통해 기업들이 대이란 수출 대금을 받고 있어, 이런 결제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이란산 원유수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며 미국에 예외국 인정을 요구해왔다.
제재 예외는 일단 180일 동안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 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4일 미 폭스텔리비전의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제재 면제를 받은) 이들 국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0)으로 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장 180일로 잡힌 예외 인정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제유가의 향방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이번 제재 복원을 앞두고 하루 평균 약 250만 배럴의 이란 원유 수출이 갑자기 끊어지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제재 복원을 앞두고 이란 원유 수출은 기존 하루 250만배럴 가운데 110만 배럴이 줄어든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축소를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산 원유 생산이 계속 증가해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이 이란과 2015년 8월 맺은 핵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는 ‘결함투성이’라며 지난 5월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미국은 8월 이란과의 자동차 부품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1차 제재를 시행한 데 이어, 5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과 을 금지하는 2차 제재를 시행했다. 예외를 인정받지 않고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제재를 받으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져 정상적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중국(25%)이었고, 인도(18%) 한국(14%) 터키(9%)가 뒤를 이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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