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는 강경파와 이번에는 믿어보자는 협상파의 말들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꾸준히 취재해 온 기자의 시각은 어떨까.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이동혁 미국의소리(VOA·Voice Of America) 한국어방송 국장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다를까. 앞으로 북미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 국장은 체제 안정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8월부터 ‘북한 내부의 정권 교체는 없다’, ’통일을 가속하지 않는다’, ’미국군을 이북으로 보낼 구실을 찾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것이 유화책은 아니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언제나 비핵화라는 것이다.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 북한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일종의 유인책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는 늘 미국 내부에서 대북협상을 할 때 최종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인권에 무관심하다는 것도 이 국장이 꼽은 이번 협상의 특징이다. 미국 언론과 생각이 같았다. 이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인권 파트가 지금은 파트타임 일자리가 됐다. 올해 초 탈북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했지만 정책으로 보기에는 힘들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핵 문제만 오롯이 보고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국장이 전하는 미국의 움직임은 ‘반신반의’라고 한다. 다만 북한을 불신하는 정서가 워낙 만만치 않다. 중국 배후론과 북한 악마론이 미국의 오래된 시선이다. 특히 이번 합의안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가 담기지 않은 것도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합의안 이행 여부를 기다려보자는 여론이 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국장은 “대통령이 가서 다 서명하는 것은 아니라고들 생각한다. 일단 50점 정도를 준다. 국무장관인 마이크 폼페이오에게 많은 것이 달려있다고 보는 편이다. (이 말은) 비핵화 조짐이 안 보이고 협상이 안 되는 최악의 경우 군사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기대와 우려가 섞인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이 국장은 북미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는 그의 말이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오바마 행정부까지 미국은 항상 중국과의 군사경쟁을 기본으로 호주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환태평양에서의 주한미군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봤다. 이 국장은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 안보에도 적용된다. 주한미군을 비용으로 생각한다. 패러다임 자체를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리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으로 북한 주민 대상 대북방송 또는 라디오를 하는 기관이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8월 방송을 시작했다. 주로 미국과 교류가 없는 나라에 미국의 입장을 전하는 방송이다. 한국 서울에도 미국의소리 지국이 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작성되었습니다>
워싱턴/글·사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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