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악수하는 모습을 다음날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오찬 도중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우리 둘이 사진을 찍자”고 ‘깜짝 제안’을 했다고 볼턴 보좌관이 1일 밝혔다.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은 ‘선 비핵화-후 보상’을 의미하는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다가 북한의 비난과 반발을 불렀던 당사자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과 볼턴 보좌관의 ‘어색한 만남’에 관심이 쏠렸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이런 회담 뒷얘기를 이야기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과거 자신을 “인간 쓰레기” 등으로 맹비난했던 것을 언급한 뒤 “오찬 도중 어느 순간에, 김정은은 ‘우리 둘이 함께 사진을 찍어야 한다. 나는 (북한에 있는) 우리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북미 정상회담은 “일대일 회담이 예창치 못했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은 1년 안에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해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곧 북한과 이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200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가 북한으로부터 “인간쓰레기“ “흡혈귀”라는 비난을 받는 등 북한과 악연이 깊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그가 ‘리비아 모델’을 강경하게 주장하다가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뻔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오늘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에게 존 볼턴도 소개해줬다.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며 “대화가 끝날 무렵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나는 그들이 (서로에 대해) 좋은 신뢰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회담 직후인 지난달 13일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볼턴 보좌관과 악수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실은 바 있다. 이 사진은 볼턴 보좌관이 말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둘만의 사진’은 아니며,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배석자들과의 악수 사진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그것(비핵화)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하길(비핵화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케미스트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