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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하늘색 넥타이·짙은색 인민복…남북 정상 패션에 담긴 의미는?

등록 2018-04-27 16:27수정 2018-05-02 15:29

2018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 패션도 주목
한혜연·정보윤 패션 전문가 분석
“문 대통령 넥타이 솔직한 대화로 평화 정착 의미”
“국무위원장의 짙은 감색, 신뢰받는 지도자 연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입은 의상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감색 양복에 선명한 하늘색 넥타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줄무늬가 있는 짙은 감색의 인민복을 착용하고 첫 만남을 가졌다. 이를 두고 국내 패션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평화’ ‘한민족’ ‘신뢰’ 등의 키워드를 담은 패션 외교를 펼쳤다”고 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경우 선명한 하늘색 넥타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평화 정착’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매우 놀랐다. 일반적으로 잘 선택하지 않는 색이 선명한 하늘색”이라며 “‘이제는 친하게 지내자’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마음을 툭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평화 정착으로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늘은 국경선이나 경계가 없기 때문에 흔히 화해를 상징한다. 한반도기도 하얀 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져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회담인 걸 고려해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주로 넥타이를 통해 의중을 드러내 왔다.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학과 정보윤 교수는 “(문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짙은 파란색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잘 지내보자’는 화해를 드러내는 동시에 정치인으로도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강인함을 피력했다”면서 “오늘 회담에선 그때와 비슷한 푸른 계열이지만 채도가 그보다는 낮고 선명해서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평양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 아래) 사진 위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평양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 아래) 사진 위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적색 넥타이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연한 하늘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적색은 흔히 정치사에서 공산주의 체제를 나타내 왔다. 1차 남북회담이었던 만큼, ‘친밀감’을 높이고자 한 의사를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진정성’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평소 즐기던 연한 하늘색 넥타이를 통해 당신 특유의 ‘진솔하게 대화하자’는 인간미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롤 모델인 할아버지 김일성 국가주석처럼 서양식 양복을 입고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이변은 없었다. 지난 3월 말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 입었던 것과 같은 짙은 감색의 인민복을 입었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본인 패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옷을 택했다. 한 마디로 실수 없이 대화하고 싶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날 남북회담에서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날 남북회담에서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실용적인 의상에 목걸이 등을 착용했다. 실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평이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실용적인 의상에 목걸이 등을 착용했다. 실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평이다. 김경호 선임기자
정 교수도 “갑자기 의상에 파격적인 변화를 주면 회담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언론의 시선이 옷에만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신 밝은 표정과 미소 등으로 내심을 드러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한국인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다. 줄무늬로 젊음을, 짙은 감색의 원단으로 신뢰할 만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바지도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은 아랫단이 좁아지는 바지를 입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반대로 폭이 넓은 바지를 입었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문 대통령은 마치 멋쟁이 이탈리아 남자처럼 보였다. 아랫단이 좁은 바지는 세련된 젊은이들이 흔히 즐겨 입는 바지다”라며 31살이라는 두 정상의 나이 차를 염두에 둔 복장으로 봤다. 반대로 김 국무위원장의 폭이 넓은 바지는 “성숙한 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패션을 통해서도 차이를 좁혀 보려는 의지가 두 사람에게 보인다고 이들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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