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특별사절단이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실장.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북-미 대화를 중재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을 건네받은 대북 특별사절단은 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이번 방북 성과를 설명할 방침이다. 특사단은 곧이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도 직접 이번 협의 내용을 전하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남북이 손을 맞잡고 사실상 나머지 6자회담국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6일 평양에서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저는 미국을 방문한다”며 “또한 저는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서훈 원장은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대북 특사단의 ‘투톱’이었던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이르면 8일께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한다는 목표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다만 6일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견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것은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직접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건너가겠다고 밝힌 점이다. 주변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남북이 어렵게 일군 성과를 놓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주변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결국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 정전체제 해체로 이어져야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는 남·북·미 3자 군사대화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라며 “남·북·미·중 4자간 평화협정 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일단 북-미 간 ‘중매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는 한결 수월하게 미국을 설득할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면서 미국이 요구해온 ‘비핵화 의지’를 표한 데 더해 사실상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 선언을 함에 따라 강경한 미국과 일본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의 합의 소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는 반응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한국 특사단의 회담 소식을 전한 <드러지 리포트> 기사를 리트위트하며 이렇게 짧은 언급만 내놨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서 쌍궤병행(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협상의 병행)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온 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