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묘비 앞에 심겨진 동백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조작 사건’에 휘말려, 눈을 감을 때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한 비운의 작곡가 윤이상 곁에 통영의 동백나무가 자리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씨는 5일(현지시각)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 안 윤이상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전용기에 실어 온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푸른 잎이 무성한 어른 어깨높이의 동백나무였다. 윤이상의 고향, 항구도시 경남 통영은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1967년 유럽 유학 도중 ‘동백림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특사로 석방돼 서독으로 귀화한 윤이상은 다시는 한국 입국을 허락받지 못했다.
경희대 성악과 출신인 김정숙씨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선생님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타신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 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백나무를) 통영에서 갖고 오느라 애 많이 썼다. 그 까다로운 통관을 모두 잘 마치고 묘소에 잘 심어졌다. 아마도 저랑 윤 선생님이랑 뭔가 잘 통했나 보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배에 동행한 발터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과 박영희 전 브레멘음대 교수 등 윤이상의 제자들이 ‘윤이상 기념관’ 건립 지원을 청원하자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6일에는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눈물의 궁전’을 방문하고, 베를린 인근 유대인 학살 추모비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과거를 덮으려 하지 않고 진정한 화해를 시도하는 것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이세영,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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