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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핵 동결-해체 ‘2단계론’ 제시 비핵화-남북관계 개선 ‘병행론’

등록 2017-06-21 21:46수정 2017-06-21 22:30

【뉴스분석】 문대통령 외신 회견서 드러난 대미·대북 정책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매체와 잇따라 인터뷰를 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전략의 기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법으로 동결-해체의 ‘2단계론’을 제시하는 한편,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론’을 제시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개성공단 재개 등 북한이 호응할 경우 내놓을 수 있는 ‘당근’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란 점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당장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과 이후 북한의 대응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날 <시비에스>(CBS) 방송에 이어 20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이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겠다는 ‘2단계론’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다. ‘단계적 비핵화’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과정에서 나온 9·19 공동성명(2005년)과 2·13 합의(2007년)에도 명시된 해법으로, 당시엔 북핵의 ‘동결-불능화-폐기’ 3단계로 제시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선 이견이 없고, 현실적으로 동결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협상’에 동의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보여야 북-미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각 단계를 어떻게 정교하게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동결부터 하자는 협상 제안에 선뜻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탓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핵 협상을 위해) 압박에서 관여로 넘어가는 시기와 방식을 비롯해 관여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우리 쪽 의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론’ 구상도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입구’에 두는 ‘선핵폐기론’을 고수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조건’과 ‘분위기’가 갖춰진다면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여전히 대화를 위한 일종의 ‘조건’이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연철 교수는 “문 대통령이 국내외적 상황이 있으니 ‘선후론’을 유지한 상태에서 점차적으로 ‘병행론’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풀었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의 ‘조건’으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한 게 전부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 인터뷰에서 유독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관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관여와 같다”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란 공통된 목표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 ‘압박과 관여’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 한반도 비핵화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한국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도 거론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문 대통령이 악화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최대한 미국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북핵 해결 구상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시비에스>(CBS) 인터뷰에 대해 워싱턴의 한 대북 전문가는 “대체로 무난한 인터뷰였다”며 “약간 굽히는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한국과 미국이 함께 간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지은 정인환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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