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오른쪽)가 3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외교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사진공동취재단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가 3일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 러시아는 일정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배치가 한-러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드 배치가 한-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오늘은 얘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정한 조치’를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는 임명 뒤 첫 해외 방문에 나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 중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만나 “주한미군 사드 배치도 계획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확인한 터라, 중국과 더불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해온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매티스 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티모닌 대사는 “한국과 미국 양자 차원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또 이 방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멘트 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잇달아 나온 사드 배치 관련 질문에 티모닌 대사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한반도 정세와 역내에서 평화 확보에 대하여 위험한 후과를 가져올 수 있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러시아는 대한민국 사드 배치는 미국의 글로벌 엠디(MD·미사일방어)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티모닌 대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북-러 관계, 6자회담 전망 등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유엔 결의에 따른 모든 조치를 취하려 하며 북한과 군사·정치적 협력을 발전시키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막으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티모닌 대사는 아울러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를 호소하고 있다”며 “북한이 다른 나라와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의향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북한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러-북 관계 순조는 러시아가 북한 대표자들과 경제·정치·군사의 여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모닌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미-러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관계 개선 전망이 좋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관계가 개선이 된다고 해도 “엠디의 일환인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든 부정적일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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