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새누리당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격하는 데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내 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18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2007년 11월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방침 결정 과정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거론한다는 보도와 관련해 “지금 과거 뒤지는 데 초점을 둬서 되겠나. 새누리당이 대북정책을 뭘 잘했다고 그러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가 폭로를 했다고 하는데, 과거를 ‘리트로스펙트’(retropect·회고)해 미래로 가는 길을 ‘프로스펙트’(prospect·전망)하려고 쓴 것”이라며 “정치권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굉장히 난관에 처해 있다”며 “새누리당이 내 책을 ‘과거를 캐는 폭로’라며 이용하는데, 새누리당 스스로 현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이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해온 것을 지금이라도 한번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노무현 정부 때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도 문제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에 (단순 찬성을 넘어 발의를 주도하며) 우리가 제일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다른 나라들이 발의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과 발의에 앞장서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북한 비난을 선도하는 것과 남북 신뢰 구축을 주도하는 것은 병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 전 장관은 “북한인권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대북정책을 하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결정 방식도 공박했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은 철학을 공유하고 그때그때 생각을 조정하며 국정을 이끄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저는 다른 게 있으면 조정을 했다“며 “지금 우리나라 국사가 그렇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