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포함하면 한국 대외무역의 31.8%
외국인 관광객 45%, 평균지출 5배 쓰는 ‘큰손’
통관검사 등 강화와 관광객 통제, 한국기업 단속 등 우려
고강도 경제제재 안해도 한국 위상 추락 불가피
외국인 관광객 45%, 평균지출 5배 쓰는 ‘큰손’
통관검사 등 강화와 관광객 통제, 한국기업 단속 등 우려
고강도 경제제재 안해도 한국 위상 추락 불가피
한국·미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방침을 발표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측근 몇명을 집무실로 불렀다. “중-한관계 악화가 오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텐데요. 출구를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한국의 급소를 찾아봐요. 핵심은 세 가지. 속전, 속결, 쾌복(快復). … 한국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면, 미국을 직접 상대해야겠지요. 미국의 마음을 돌리려면 러시아와 손잡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경제적 압박으로, 미국에는 전략적 압박으로 승부를 봅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최근 펴낸 한반도 정세 관련 가상 소설 <말과 칼>에서 짚은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중국의 움직임이다. ‘허구’라고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시 주석은 3월30일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계기에 이뤄진 한·중 및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반대 뜻을 거듭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6월25일)에선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러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조를 다짐했다.
시 주석의 이런 태도에 비춰, 한·미의 사드 배치 강행에 중국이 말로만 반대하고 말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9일치 사설에서 ‘5가지 대응 방안’을 중국 정부에 건의했다. 사드 배치 관련 한국 정부·기업·정계인사의 중국 진입 차단 및 제재, ‘북한 제재’ 재검토 등이 핵심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북한 제재’에서 벗어나 ‘한국 제재’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제안이다.
사드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게 경제제재다. 중국은 한국의 압도적 1위 수출대상국(26%, 2015년 기준)인데, 홍콩(5.8%)까지 더하면 비중이 31.8%로 솟구친다. 지난해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45%(600만명)가 중국인이며,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400달러)의 5배를 쓰는 ‘큰손’이다. 중국자본이 보유한 한국의 국채 등 상장 채권 규모는 17조5천억원(18.1%)으로 전체 국가 순위 1위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2만3천여곳(2013년 기준)에 이른다. 중국이 제재하면,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10일 “2010년 댜오위다오 사건 뒤 일본의 대중국 수출·투자, 유커 유입 등이 모두 급감해 중국의 수입국 1위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었다”며 “한·중 양국은 정치·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관계가 밀접해 사드 배치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경제제재에 활용할 정책 수단은 5가지 정도 된다고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과 최지영 단국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드 도입 논쟁과 중국의 대한 경제보복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짚었다. 첫째 한국산 제품 통관·위생검사 등 비관세 장벽 강화, 둘째 관광상품 중단과 비자발급 지연 등 중국인 관광객 통제, 셋째 관영언론 등을 활용한 불매운동과 한국기업 이미지 깎아내리기, 넷째 중국 진출 한국기업 표적 단속, 다섯째 채권을 비롯한 한국 금융시장 진출 중국자본 철수 등이 그것이다. 두 교수는 “중국자본 철수는 파장이 너무 크다”며 “가장 사용이 용이한 것은 비관세 장벽 강화와 관광객 통제 등이고, 그 다음 반한 감정 활용, 한국기업 단속 순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다만 두 교수는 “중국은 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미국과 담판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고강도 경제제재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경우에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한국을 책임있는 대화 상대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두 교수는 우려했다.
이제훈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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