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촬영 사진
부산 누리마루 국제회의장 사진 파란색으로 색칠
악화된 한-일 관계 반영 추측…범인 잡기 힘들듯
악화된 한-일 관계 반영 추측…범인 잡기 힘들듯
10년 전인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부산 누리마루 국제회의장에 내걸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사진이 훼손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제11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이 18~19일 이틀 동안 이곳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장 입구에 내걸린 10년 전 참석 정상들의 사진 중에는 ‘보수중’이라는 의아스런 표시가 하나 있었습니다. 과거 사진과 비교해보니 고이즈미 전 총리의 사진이 있어야 할 자리였습니다.(사진 참조) 아펙 개최 이후 누리마루엔 회원국 정상 21명의 사진과 서명을 각각 나무판에 새겨서 전시해왔습니다.
누리마루 관계자 분들께 여쭤보니, 약 1주일 전 고이즈미 전 총리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색칠을 한 거죠. 누가 했는지 확인하려고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살펴보니 웬 뒷모습 실루엣만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누리마루 관계자들 얘기로는 젊은 남성으로 추측되지만, 단서가 너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네요. 누리마루 쪽은 “관람객이 평일엔 하루 3~4천명, 주말엔 7~8천명 선이며, 대부분은 한국인 또는 중국인”이라고 말합니다. 한 관계자는 “비뚤어진 애국심이 불러온 사건 아니겠나”라고도 말합니다. 최근 몇년 새 부쩍 악화된 한-일 관계 또는 중-일 관계가 반영됐을 거란 얘기죠.
누리마루 쪽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사진이 복원되는대로 정상들의 사진·서명 전시물에 유리를 씌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누리마루는 이미 한 차례 이같은 ‘유리 방벽’ 조처를 취한 바 있습니다. 누리마루 앞 산책로에는 회원국별 상징물이 전시돼있는데, 일본의 상징물인 고양이(마네키네코)에 칼로 긁은 자국이 너무 많아서 결국 교체한 뒤 유리로 씌웠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에 ‘화’를 입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얼굴엔 긁힌 자국은 없었다고 합니다.
부산/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이 기사는 박찬숙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차장이 취재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2010년 촬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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