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행정자치부에서 아론다 냐카이리마 우간다 내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행정자치부 제공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정치부에서 통일과 외교를 담당하는 김지훈입니다. 저는 오늘 우간다의 아론다 냐카이리마(56) 내무부 장관이 방한 후 귀국길에 급사한 사건을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냐카이리마 장관은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한했습니다. 우간다에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냐카이리마 장관은 11일 밤 11시55분 두바이행 에미레이트 항공편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출국했습니다. 비행시간이 9시30분인 장거리 노선입니다. 비행기가 도착할 무렵인 새벽 4시께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깨우는 과정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우간다에서 두바이로 파견된 의료팀이 시신을 본국으로 옮겨 부검한 뒤 급성심부전(심장마비)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냐카이리마 장관의 혈액 속 지방세포가 혈관을 막았다고 합니다. 평소에 고혈압과 심근경색 증세가 있었다는군요.
문제는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71) 대통령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말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18일 우간다의 언론매체 <우고 뉴스>를 보면, 그날 열린 아론다 냐카이리마 장관의 추도식에서 대통령이 “냐카이리마 장관이 어지러움증과 복통을 느껴 한국 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지만, 병원에선 장관이 보험이 없다며 진료를 거절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어 “만약 적절한 검진과 한국인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간다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큰 외교적인 문제가 될 사안이죠.
하지만 실제 상황은 무세베니 대통령의 말과는 달랐습니다. 냐카이리마 장관을 초청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최재진 인사교류팀장은 “수행한 재단 직원 말을 들어보면 장관이 병원 치료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냐카이리마 장관은 한국에 도착한 날부터 눈자위가 빨갛고 상당히 피곤해했다고 합니다. 한국을 떠난 11일 아침에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해, 재단 직원이 소화제를 사다줬다고 합니다. 이때 직원이 “병원에 가보시겠냐”고 물었더니, 냐카이리마 장관은 “평소에 위염이 있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답했다는 것이죠. 게다가 재단에선 냐카이리마 장관을 초청하면서 여행자 보험을 들어둔 상태라 병원 치료도 가능했다고 합니다.
주 우간다 대사관에선 무세베니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인 19일 이런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권희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언을 듣기론, 대통령이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수용했다고 한다”며 “20일에 열린 장례식에선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아 상황이 정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하는 내내 무세베니 대통령이 왜 저렇게 말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박종대 주 우간다 한국대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8일 추도식 현장에 있었는데, 아마도 추도식장에서 유가족들이 ‘냐카이리마 장관이 건강했는데 갑자기 죽었다’고 하니까, 무세베니 대통령이 임기응변으로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매체 <업저버>의 보도를 보면, 추도식이 열린 18일 의회에선 야당의 당수가 “우간다 정부의 공보관이 사망 당일인 12일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부검을 하기도 전에 심장마비라고 어떻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 야당 정치인은 트위터로 냐카이리마 장관이 숙청 위험을 무릅쓰고 2013년 무세베니 대통령의 아들 무후지 카이네루가바(41)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드는 ‘무후지 프로젝트’에 반대한 적이 있다며 암살설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도를 종합해 추측해보면, 냐카이리마 장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이런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한국을 방패로 삼은 걸로 보입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29년째 우간다를 통치해온 독재자입니다. 헌법을 바꿔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고, 부정선거를 거쳐 4차례나 대통령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2년 독립 50주년 기념연설에서 “한국의 박정희 장군은 삼성, 대우, 현대 같은 민간기업들을 키웠다”고 예찬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의 측근이나 정적이 경위가 의심스런 죽음을 당했을 때 이유를 만들어내고 석연치 않은 설명을 하는 모습은 우리한테도 낯설지 않군요.
김지훈 정치부 통일외교팀 기자 watchdog@hani.co.kr
김지훈 정치부 통일외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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