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어떻게 되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대일본 강경 노선을 2년여 견지하다 최근 들어 ‘대화 모드’로 돌아선 듯한 분위기를 보여왔다. 14일 발표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대해 정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했지만, 이런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날 저녁 담화 발표 2시간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지만 내용은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담화 내용을 면밀히 검토중”이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바로 다음날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에서 종합적인 입장을 밝히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선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사죄에 대해서도 ‘과거형’ 문법을 쓰는 등 진정성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과거 정부의 역사인식 계승’ 등 주요 포인트들이 포함되어 있어, 경축사에 담을 메시지의 최종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망스런 담화에 정부 곤혹
최근 일본과 ‘대화모드’ 조성해와 아베담화로 ‘실용적 기조’ 깰
가능성은 크지 않아
전문가들은 정부가 입장을 내놓는다 해도 일방적으로 실망감을 쏟아내는 형식과 내용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아베 정부 들어 거듭된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 탓에 기대치가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정부에서는 전향적 발언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게다가 최근 한-일 관계는 지난 6월22일 관계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윤병세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고, 양국 정상이 각각 자국 행사에 참석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최근 들어 한-일 관계를 실용적 기조로 하겠다는 흐름이 나타났는데, 아베 담화 때문에 흔들리거나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아베 담화는 하나의 요소일 뿐,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같은 맥락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일 관계 기류가 바뀐 데는, 최근에만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아베 총리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는 등 중-일 접근이 가시화하면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미-일 삼각공조를 구상하는 미국이 한-일 화해를 압박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을 위해선 이후 일본 쪽의 호응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담화 발표 뒤 전화를 걸어와 담화 발표 취지 등을 설명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에게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양자 협상 등에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외현 최혜정 기자 oscar@hani.co.kr
최근 일본과 ‘대화모드’ 조성해와 아베담화로 ‘실용적 기조’ 깰
가능성은 크지 않아
아베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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