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리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6자회담 중단으로 지체돼 아쉬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 기대” 밝혀
남북 장관, 외교전 치열
북 ‘핵협상 재개 거부’ 입장 고수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 기대” 밝혀
남북 장관, 외교전 치열
북 ‘핵협상 재개 거부’ 입장 고수
이란 핵협상 타결에 직접 참여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핵 문제는 이란 핵 문제보다 더 일찍 진전을 이뤘어야 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올해는 9·19 공동성명 10주년으로, 이는 6자가 함께 노력한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중인 왕 부장은 “지금 와서 그때 성명을 봐도 정말 잘 썼다. 만약 그대로 해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됐다면, 북-미 관계 정상화도 실현될 수 있었다”며 “평화를 통해서만 보장을 얻을 수 있고, 안전의 기초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북핵 문제의 해결이 지체된 배경이 6자회담 중단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아주 안타까운 것은 나중에 6자회담이 방치되면서, 이란 핵 문제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이란이 (북한보다) 먼저 해결이 됐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평화적 방법으로 모두가 관심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각국의 관심도 모두 해결돼야 한다. 북한의 합리적 관심도 해결돼야 하고 미국의, 한국의 관심도 다 해결돼야 한다”며 “어떻게 해결하나? 앉아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할을 묻자 “우리는 이미 아주 많은 것을 했다”며 말을 아꼈다. 왕 부장은 지난달 이란 핵협상 타결 직후 “(이란 핵문제 타결은)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를 포함한 다른 국제적·지역적 핫이슈를 처리하는 데 ‘적극적 본보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왕 부장을 만나 50분가량 회담했다. 정부 당국자는 “양 장관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한반도 정세가 매우 민감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한반도에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조율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양자회담을 하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유럽연합(EU) 등과도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이날 러시아, 파키스탄 등과 각각 외교장관 회담을 하면서, 핵을 ‘자위적 수단’이라 강조해온 입장을 재차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첫 회담이던 파키스탄과의 회담 직전에 <한겨레> 기자와 만난 북쪽 관계자는 ‘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달라질 것이 있겠습니까”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할 방침을 내비쳤다.
쿠알라룸푸르/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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