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가능성…외교부 “가게될것”
윤 장관으로서도 첫 방일
‘성과없는 기조전환’ 비판 부를수도
위안부문제 성급한 봉합 우려도
윤 장관으로서도 첫 방일
‘성과없는 기조전환’ 비판 부를수도
위안부문제 성급한 봉합 우려도
오는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축하행사에 참석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만나는 방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일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0일 윤 장관의 방일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직후만 해도 “확정된 게 없다”던 정부 당국자들은, 날이 갈수록 말을 바꾸어 “80% 정도는 (일본에) 간다고 보면 된다”거나 “최종 결정은 아직 되지 않았지만 가게 될 것”이라는 등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윤 장관이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17일이나 그 이튿날 방일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장관이 방일하면, 박근혜 정부 첫 외교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2년여 만에 첫 일본 방문이 된다. 애초 취임 두달 만인 2013년 4월말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일본 정부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일 강경 기조를 드러낸 대표적 장면이었다. 당시에 견줘 한-일 관계 쟁점에서 특별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윤 장관의 방일이 이뤄질 경우 ‘명분 없는 기조 전환’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윤 장관 방일 검토 배경에는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더 이상 악화된 한-일 관계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나라 외교 당국이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현안들 때문이다. 우선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조선인 수만명이 강제징용됐던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강제징용 사실의 명기를 놓고 대결중인 한-일은 각각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19개 위원국들을 만나 자국의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윤 장관도 최근 독일, 크로아티아를 방문했고, 미국 방문 중에도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을 만났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진행중인 한-일 협의가 수포로 돌아가고 표 대결로 치닫게 되면, 한-일 관계에 치명타는 불가피하다.
일본이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제소한 것도 한-일 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먹거리 안전’ 문제 탓에 주저하면서 국내 여론을 살피는 한국 쪽은 무역분쟁을 이유로 시간끌기에 나설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일본 쪽 반발까지 고려하면 두 나라의 갈등은 좀처럼 잦아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에선 윤 장관 방일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국 협의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윤 장관이 박 대통령 발언을 ‘사실’로 만들어 주기 위해, 자칫 위안부 문제에 관해 성급한 봉합을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15일 성명에서 “(박 대통령 발언과 그에 대한 일본의 부인으로) 기대감과 함께 우려와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