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한국외교 실종 비판
최근 ‘미-일 신밀월’로 한국 외교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외교 전략의 변화를 위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사퇴 등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4일 여야에서 동시에 터져나왔다. ▶관련기사 6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장관에게 “독도, 위안부,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어느 것 하나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접근하지 못했고, 진전도 없었다”며 “대일관계 흐름을 전반적으로 바꾸기 위해 윤 장관이 ‘책임지고 나갈 테니 다음 장관이 해결 바란다’는 자세로 결자해지할 국면이 왔다”고 말했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외교안보팀을 비롯한 조직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윤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외교 성과를 강조했지만, 되레 역풍을 맞았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외교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혼자만 잘한다고 하고, 일은 하는데 결과가 없으니 이제 윤 장관의 능력 갖고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의원도 “윤 장관은 심각한 수준의 아전인수, 듣기 민망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더 유능한 사람을 찾으라고 건의할 생각은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3년째 외교 수장을 계속 맡고 있다. 최 의원은 “우리는 반둥회의에 외교와 전혀 상관없는 부총리를 보낸 사이 중·일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또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빠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이나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는 등 한반도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데 대해 우리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추궁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새로운 가쓰라-태프트 조약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미-일 간 방위협력이 개정되면서 한반도에서 걱정할 것은 없느냐”고 따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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