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방미 계기로 ‘고립’ 우려 커지는데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 강변
원유철 의장 “주변 강국 광폭 행보 나서는데 우리만 이리저리 저울질”
원유철 의장 “주변 강국 광폭 행보 나서는데 우리만 이리저리 저울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일의 전략적 접근이 확인되면서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여당도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하고 나섰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 의장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안보 당정회의를 열고 정부의 외교 전략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전했다.
여당은 정부의 전략 부재가 한국을 고립 상태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의장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통해 드러난 우리 외교의 전략 부재를 질타했다”며 “주변 강국이 국익과 실리 차원에서 광폭 행보에 나서는데 우리 정부만 동북아 외교 격랑 속에서 이리저리 저울질만 하다가 외교적 고립에 처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일,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은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진입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이라고 에둘러 표현된 데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원 의장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실제적으로 어떻게 막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 마련도 촉구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여당의 질책과 비판에 “이런 시각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일본 편중 우려에 대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상호 보완적 측면이 있다. 이것을 제로섬 시각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랐다. 일본의 한반도 개입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의 사전 동의 없이는 어떤 경우에도 자위대의 우리 영토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중국과 건설적 협력관계에 있고,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등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외교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고 대처해 나가고 있다”는 자화자찬성 평가를 내놨다.
여당은 윤 장관의 ‘마이동풍’에 불만스럽다는 태도다. 앞으로 당정 채널을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견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 회의를 출발점으로 삼아 당에서도 외교·안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협의 뒤 자료를 내어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의하여 새로운 외교전략 대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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