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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미·일 신 밀월시대’에 곤혹스런 한국

등록 2015-04-29 19:43수정 2015-04-29 23:26

‘미국 통한 과거사 사과’ 안통해
성노예→인신매매…역사왜곡 절정
정치권 “외교전략 부재” 쓴소리
한국 정부는 29일 밤늦게 이뤄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그동안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등 여러 기회를 통해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변함없이 계승하고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또 최근 미국 하원 의원 25명이 올바른 역사 인식 표명을 요구하는 연명서한을 발송하고,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전쟁 당시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아베 총리에게 다양한 경로로 미국 사회의 압박이 가해진 데 대해서도 주목해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제사회에서는 아베 총리가 과거 독일이 했던 것처럼,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과거를 명확히 청산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며 아베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의회 연설에 앞선 방미 기간 ‘성노예’나 ‘군 위안부’, ‘침략’이나 ‘식민지배’ 등 적극적으로 과거사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사죄하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 강연, 미-일 정상회담 등 여러 기회에 걸쳐 “가슴이 아프다”거나 “깊은 고통을 느낀다” 등 사과를 대체하려 교묘히 계산된 듯한 표현을 내놓는 데 그쳤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체를 생략한 채 ‘인신매매’라는 표현으로 본질을 비껴갔다.

압박과 촉구가 먹히지 않으면서, 정부 또한 갈수록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아베 총리의 ‘전향적 과거사 청산’이 이뤄지면, 6월22일 한-일 수교 50돌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포함한 한-일 관계의 새 틀 짜기에 나서겠다는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정부가 최근 이번 의회 연설이 대일 압박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오디언스(청중)가 누군지를 감안한다면, 이번 의회 연설보다는 최종적으로는 오는 8월15일 종전 70주년 ‘아베 담화’에서 주변국에 어떤 태도를 밝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대감을 낮춰온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정부의 외교 실패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깔렸다. 미국을 움직여 과거사 사과를 받아낸다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을 통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전임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 ‘성노예’라고 했던 군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로 치환시킨 것은 미국과 일본이 합작한 역사 왜곡의 절정”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외교 전략 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대미, 대일 외교를 포함해 우리 외교 전략에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병석 의원도 “미-일 신밀월시대가 다가오는 와중에 한국 외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기간의 외교 실종 사태를 누가 책임질 거냐”며 정부 외교·안보팀의 교체를 요구했다.

김외현 황준범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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