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출국을 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출국장으로 향하며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 조처에 대해 일본 쪽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관련성을 공식 부인했지만, 한-일 관계 개선 차원에서 취한 일종의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한쪽에서 나온다.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상하지 못했다. (출국금지 해제는) 우리가 한국 쪽에 꾸준히 부탁해온 문제라 어딘가에서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한국 국내 사정이기도 해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적 고려 없이 내린 결정임을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날 낸 자료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앞으로 재판에 출석한다고 약속했고 산케이신문사가 이를 보증하는 상황과, 병환중의 노모 등 일본의 가족과 떨어져지내는 현실 등을 고려해서 출국금지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또 가토 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담당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가 만났다는 소문은 허위’라고 판단한 데 대해 가토 전 지국장이 지난 7일 <산케이신문>에 실은 글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한 점도 배경으로 제시했다. 순수히 법적 판단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건은 우리 검찰 당국이 법과 원칙, 사건처리 기준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취한 조치”라며 “한일 관계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가토 사안이 그동안 한-일관계에 부담이 돼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어도 출금 해제 시점 택일 등에서는 한-일관계를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최근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도 가토 사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내놓을 수 있는 선제 조처로 가토 출금 해제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다만 정부 한켠에선 오는 8월로 예정된 아베 총리 담화 등 일본 쪽의 ‘과거사 역주행’ 가능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출금 해제 등의 선제적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돼왔다.
일본 쪽의 호응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을 놓고는 “아베 총리의 방미 전에 미국 정부도 우려하고 있는 이 문제를 일단락시키겠다는 의도”(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라는 풀이도 나온다. 과거사 문제에 더해 가토 문제로까지 한-일 갈등이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견해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으리라는 것이다.
김외현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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