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민 40여명에 철수 권유
특수요원 배치 대사관 경비 강화
“IS 자극할 발언 내놓은 적 없어
현지 경찰관 겨냥한 공격일수도”
특수요원 배치 대사관 경비 강화
“IS 자극할 발언 내놓은 적 없어
현지 경찰관 겨냥한 공격일수도”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괴한들이 12일 새벽(현지시각)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을 기습공격한 이유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한국에 대한 이슬람국가 쪽의 직접적 불만의 표출인지, 다른 목적에 따른 행위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현재로선 총격 2시간 뒤 이슬람국가 트리폴리 지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유일한 단서다. 하지만 여기에도 “트리폴리의 준드 알킬라파(아이에스군)는 한국대사관 경비원 2명을 제거하였다”고만 했을 뿐, 명시적인 총격 의도는 드러나 있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 관련 시설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예단할 수 없다. 한국에 대해 억하심정이 있었으면 트위터에 이를 쓸 수도 있는데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관 2명을 제거했다고만 돼 있으니, 리비아 경찰을 대상으로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정부가 특별히 이슬람국가를 겨냥한 발언을 내놓은 적도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공격이 한국을 겨냥한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 쪽이 특별히 대상을 정하지 않은 채 경찰이나 외국 공관을 겨냥한 공격을 꾸미다가 시내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한국대사관을 손쉬운 공격 대상으로 판단하고 우발적으로 공격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사건 당시 우리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이 대사관 내 별채에 마련된 대사관저에서 자고 있었으나,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대사관 외벽을 제외한 내부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사관은 트리폴리의 주택가에서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대사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작은 마당과 함께 1층짜리 관저가 딸려 있다.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6월 이슬람 무장단체 간 전투가 격화되자, 주재 공관원 2명을 인근 국가인 튀니지로 임시로 이동시켰으며, 이들은 트리폴리에 있는 공관원 2명과 2주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해오고 있다. 이종국 주리비아 대사는 현재 튀니지 수도인 튀니스에 머물고 있다.
괴한들이 총탄 40발을 난사할 당시 대사관 경호를 맡고 있던 리비아 내무부 소속 경찰관 3명은 대사관 입구 외부에 설치된 경비초소에 머물고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 경찰관들은 리비아 내무부 소속으로, 트리폴리가 이슬람계 민병대 연합 세력인 ‘리비아 새벽’에 점령된 뒤로는 이들의 통제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직후 관할 경찰서장은 한국대사관에 경찰관 20명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하고,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를 확인하는 한편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에 들어갔다.
500여명에 이르던 리비아 교민들 대부분은 지난해 철수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40여명은 생계 등의 이유로 철수하지 못한 채 트리폴리와 벵가지, 남부 사막지대 등지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총격 사태를 교민들에게 알리고 재차 철수 권유에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공관원들도 모두 튀니지로 일시적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12일 새벽(현지시각)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무장세력들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총탄 공격을 받았다. 사진은 2011년 8월28일 무장 괴한 10여명이 난입한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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